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보그룹이 부도 직전에 발행한 약 3천억원대의 융통어음이 이달말부터
만기도래할 것으로 예상돼 제2의 한보쇼크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이 발행한 진성어음을 보유한 협력업체에 대해 은행들이
일반대출형식으로 빌려준 9백22억원(1백53억원은 대출상담중)에 달하는
자금의 만기도 5~6월에 걸쳐 있어 4월이후 자칫 "금융대란"까지 예상된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회사채금리가 연 12.75%의 2년래 최고수준을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이 8백80원을 넘어서는 등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한보가 부도직전인 지난 1월중순까지 전국의 제2금융권및 사채시장
에서 남발한 만기 3~6개월짜리 거액 융통어음이 이달말부터 지급 제시될
예정이어서 자금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융통어음이란 기업이 상거래에 의해 발행한 진성어음이 아니라 단순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한 어음으로 만기도래하면 자동 부도처리된다.

특히 한보의 융통어음을 사들였던 지방 소재 종금사 파이낸스사 신용금고
등이 부도를 피하려고 기존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에게 많은
자금을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큰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이미 한보 융통어음의 만기도래로 내달부터 시중유동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장기대출은 거의 하지 않고 단기대출만을 해주고 있어
기업들이 장기자금을 빌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시작된 한보철강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의 경우 만기가 대략
3개월로 5~6월께에 만기가 집중되는데도 추가 지원여부가 불확실해 2차
부도등 한보파장이 또 한차례 밀어닥칠 전망이다.

한보철강 자금관리단은 진성어음을 갖고 오는 협력업체에 지금은 일반대출을
해주고 있으며 차츰 한보철강이 발행할 새 어음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전환
하고 있으나 새 어음의 지급능력이 없는 한보철강에 대한 은행의 지원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 하영춘.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