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은행지점장의 청부폭력사건을 계기로 은행원들의 "부책의무"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부책의무란 자신이 취급한 대출이 부실화되거나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은행들은 대게 여신심사가 소홀했거나 사후관리가 미흡해 여신이 부실화되면
해당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항상 부실화된 돈을 물어내라는 것은 아니지만 부실이나 사고에 연루된
직원들에게 인사고과에서 재기불능의 치명적인 불이익을 주고 있다.

또 여신취급자의 취급소홀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면 담당자에게 변상을 요구
하기도 한다.

아울러 해당 여신을 책임지고 회수하도록 여신관리역이나 업무추진역으로
발령내기도 한다.

만일 그 여신을 회수하면 지점장 등 현역에 복귀시켜 한번 더 기회를 주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은행원으로 "재기"하는건 포기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천만원대이하의 부실이 발생하면 아예 자기돈으로
물어넣고 쉬쉬하게 된다는게 은행원들의 하소연이다.

따라서 지점장을 잘못하면 집한채값을 족히 날리고도 모자란다는 것.

물론 이번에 발생한 K은행 동부영업본부 업무추진역 곽모씨(47)의 경우는
사정이 약간 다르다.

역삼1동지점장 재직시절 김모씨에게 은행대출금 6억원뿐만 아니라 8억원의
사채도 빌려준데다 회수과정에서도 폭력을 청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곽씨도 <>지점장시절의 부실대출이 문제가 되는등 업적이 부진해
후선에 물러났으며 <>업무추진역의 역할이 부실여신회수라는 점에서 광의의
부책의무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한 은행원은 "사채와 폭력사이를 넘나들었다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는 적지만
부실대출회수에 시달린 심정은 이해를 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