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카바르. 슬라맛 빠기(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드리마카시. 슬라맛 브끄르자(고맙습니다. 열심히 하세요)"

기아자동차 아산공장의 아침은 인도네시아 기술연수생과 기아직원들간의
인사로 시작된다.

인도네시아 연수생들은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우리말로,
기아직원들은 "아빠 카바르. 슬라맛 빠기"라는 인도네시아어로 서로의
인사말을 교환한다.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이나 창원 국민차공장에서는 더 다양한 외국의 인사말
을 들을 수 있다.

이곳에는 폴란드를 비롯해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기술연수생들이 한곳에 모여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자동차업체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국내 자동차공장이
"인종전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각 기업들이 해외에 차공장을 지으면서 현지 미숙련 근로자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칠 목적으로 이들을 국내로 대거 불러들이고 있는 것.

대우자동차는 지난 93년부터 폴란드 루마니아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의
근로자들을 부평 창원 군산공장으로 초청, 기술연수를 시키고 있다.

맨 먼저 시작한 폴란드 근로자들의 경우 최근까지 다녀간 인원만도
5천여명이 넘는다.

지금은 각 나라별로 평균 1백~2백여명의 인원이 각 공장에 흩어져 연수중
이다.

연수기간은 6개월에서부터 길게는 1년까지이다.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6월부터 인도네시아 국민차 사업을 위해 현지 기술
연수생들을 3개월단위로 50~60명씩 아산공장으로 불러 세피아 조립라인에
투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터키공장 가동을 위해 울산공장에 터키인 50명을 초청,
기술연수를 시키고 있고 삼성자동차는 일본 닛산의 고급인력 3백여명을
부산 신호공장에 투입, 자사 인력의 기술교육을 맡기고 있다.

여러 민족이 모인만큼 공장안의 문화도 다양하다.

때로는 문화차이 때문에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인도의 한 근로자가 작업중 갑자기 무릎을 꿇고 한참동안 바닥에 엎드려
있는 바람에 같이 일하던 한국 근로자들이 어리둥절해한 것.

나중에야 그게 회교도들의 예배의식이란 걸 알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정기적으로 금식기간을 갖는 회교 근로자들 때문에 회사측이 말못할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이 기간에는 며칠동안 식사를 거르기 때문에 작업효율이 자연히 떨어지게
마련.

그렇다고 회사측으로선 일방적으로 못하게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국 근로자들의 일상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중요하다.

식성이 다른 외국 근로자를 위해 현지 요리사를 데려와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거나 종교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대우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폴란드 근로자를 위해 주말마다 신부를 초청,
미사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기아는 회교도들을 위해 아예 기숙사내에 소규모 회교성당을 설립했다.

근로자들간의 의사소통을 돕기위해 사내 언어훈련학교를 세우는 것은
필수이다.

<정종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