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기업 딜러들은 1년전에 헐값에 팔아버린 선물환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환손실이 전체적으로 수백억원대에 이르면서 기업별로 상당한 수준의
책임추궁이 이어졌다.

국내 굴지의 S사는 딜링룸 전체가 "주의"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2월2일 7백76원에 1년짜리 선물환 1천5백만달러를 매도한 D사의
경우를 보자.

올해 같은날 환율이 8백64원50전이었으니 달러당 88원50전의 손실을 봤다.

전체 손실규모는 13억2천7백만원.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입은 이유는 기업들이 1년후의 환율을 안이하게
예측한 나머지 선물환을 현물환과 비슷한 가격수준에서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내외금리 차이만큼 당연히 비싸야 할 선물환이 오히려 현물환보다 낮게
거래될 때도 있었다.

국제금융계에서 볼 때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였다.

기업들이 이처럼 무모한 손실을 봤다고 해서 기업들만 탓할수 없는
요소들이 많다.

오히려 낙후된 금융산업이 엄청난 환손실을 불러온다고 볼수도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는 대표금리가 없다.

미국만해도 장단기 재무성금리가 있고 전세계적으로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가 통용되고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판단근거로 삼을만한 표준금리가 없다.

이러다보니 내외금리 차이를 통해 형성돼야 할 장단기 외환가격이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된다.

특히 선물환의 경우 표준금리가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감"에 의존하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현재 달러보유비용은 하루에 18전으로 추산된다.

원화콜금리(13%)와 달러콜금리(5.5%)의 차이로 계산되는 비용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보면 앞으로 1년후 미달러화의 "이론적인" 가치는
9백43원이 된다.

그런데 현재 1년짜리 선물환가격은 9백26원수준에 형성돼있다.

무려 17원의 차이가 있다.

이 비정상적인 가격은 물론 시장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것"은 아니다.

외환당국이 무차별적인 외환시장안정에 나서면서 달러를 "덤핑"가격으로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달전에는 가격이 어땠을까.

오히려 이론가격보다 5~10원이 높은 "폭등양상"을 보였다.

환율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가격에 반영된데 따른 것이었다.

불과 한달만에 정반대의 가격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 환율은 개구리 뛰는 꼴과 같다.

도대체 언제 어느 방향으로 변할지 예측이 안된다"
(현대미포조선 홍준모 대리)

이런 상태에서는 환리스크와 환이익의 분기점을 측정하기가 어렵고 적정
거래시점을 포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딜러들을 어렵게 만드는 또하나의 요인으로 배타적인 정보전달시스템을
들수 있다.

현재 "인포멕스"나 "로이터"에 나타나는 정보는 실제거래시점보다 1~2분
늦게 나타난다.

리얼타임으로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은행들이 시세를 관련정보를 리얼타임으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운용협의회는 이에 대해 "기업들의 환투기가 과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간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서도 리얼타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딜러들은 "분초를 다투는 외환거래에 있어서 늦은 정보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조일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