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가 다시 크게 늘고 있다.

기업할 여건이 날로 어려워져 요즘은 고의성 부도가 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돌아보기도 싫어서" 자기회사가 부도나는 것을 방관하는 경영자들도 있다.

수표만 무리해서 발행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형사상 책임만 없다면 부도를
통해 회사를 정리하려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때에 조심할 것은 역시 우리나라에는 주식회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유한회사 합명회사들과는 달리 출자 지분에 대한 유한
책임만을 진다.

따라서 주식회사는 부도가 나더라도 원칙적으로 주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청구할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유한회사 합명회사는 거의없고 법인의 95%정도가 주식회사의
외형을 갖고 있다.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대부분이 합명회사이고 주식회사는 초대형 상장기업에
국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유독 주식회사가 많은 것은 허세와 외양을 좋아하는 국민성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최근 법학계에서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합자.합병회사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법적인 절차를 따로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주식회사의 본질문제와 관련해 요즘 주목을 끄는 사례는 지난달 부도났던
M사의 경우다.

이 회사는 중견 D그룹의 계열사로 알려져 있던 회사지만 부도가 나면서
모기업의 책임 여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채권자들은 D그룹으로 몰려가 어음을 결제하라고 아우성이지만 그룹에서는
주식회사의 본질 문제를 거론하며 대위변제를 거부하고 있다.

주식만 날리면 그만인데 무슨 무한 책임이냐는게 D그룹의 논리다.

얘기는 맞는 얘기다.

어떻든 앞으로 이같은 유형의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활동이 복잡다기화하면서 출자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심지어 초대형 간판 기업들도 경우에 따라 미니 계열사를 부도낼수 있다.

채권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