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동법 마련으로 올해 각 기업에서 임금및 단체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경제계가 공동 대응책 강구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노동법은 바뀌었더라도 단체협약이 이에 맞춰 개정되지 않으면
개별기업들에겐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경제계에 "임.단협 비상"이 걸린
것.

경제계의 1차적 목표는 개별기업의 단체협약에 <>무노동 무임금
<>변형근로시간제 등 새 노동법의 핵심 내용이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이다.

경총은 이를위해 이달말께 단체협약 지침을 기업들에 전달키로 하고 협상
때의 논리개발과 최후 마지노선 등을 정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경제계가 노동법 개정이후 금년 임.단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별기업들이 단체협약에 새 노동법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으면 개정
노동법은 의미가 퇴색되는 탓이다.

실제로 개별기업에서 단체협약으로 노사간 합의한 근로조건 등은 노동법에
우선하는 효력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법에 무노동 무임금이 규정됐더라도 단체협약에서 파업시 임금을
지급키로 한다면 무노무임은 사문화된다.

노동법 개정이후 노동계의 전략도 바로 여기에 맞춰져 있다고 경제계는
보고 있다.

"민노총 등은 개별기업의 단체협약에서 무노유임을 따내 노동법을 무력화
시킨다는 복안을 추진중"(경총관계자)이라는 것.

단체협상의 결과에 따라선 사용자측이 본전도 못찾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제계는 올 임.단협이 새 노동법의 실효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회장단은 이와관련 보다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기존의 단체협약은 전면 무효화되고 새 노동법 내용이 반영되도록
개정되야 한다"(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새 노동법이 실효를 거두도록 재계가 적극 대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물론 경제계가 먼저 나서 기존 단체협약의 전면적인 갱신을 추진할 가능성
은 많지 않다.

또 그럴 이유도 없다.

"무노무임등 근로조건의 경우 단체협약이 법에 우선하지만 노조전임자
임금금지와 같은 강행규정은 법이 우선하기 때문이다"(김영배 경총상무).

또 2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단체협상이 올해 걸린 회사의 경우 적극적으로
새 노동법 내용을 반영토록 할 수 있지만 그 외의 기업들까지 단체협약을
갱신토록 할 입장은 못되는 탓이다.

그렇지 않아도 담장 위를 걷는 것 같은 불안한 노사관계에 "전 기업의
단협 갱신"이란 악재를 경제계가 스스로 던질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경제계는 금년에 단협시기가 돌아온 기업들이 단체협약을 갱신할때
노동법의 근본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개정토록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전략은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부분 기업의 단협 내용이 노동법에서보다 노조측에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이를 굳이 협상테이블에 올릴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법 개정후 첫 임.단협을 맞는 경제계와 노동계
사이엔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새 노동법의 실효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올 임.단협이 노동법 공방의
"제2 라운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