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먹는 샘물(생수)업계의 판도가 재편되는 지각변동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 같다.

내로라하는 대형 식품업체와 주류메이커들이 시장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은 이미 올라갔다.

기존 업체들도 수성을 위해 대대적인 판촉전에 나서는등 전면전을 불사
한다는 방침이어서 생수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뜨거위질 것으로 전망
된다.

소비자들의 수요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있다.

일반 소매점의 주요 진열품목으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학생들이 도시락과
함께 생수병을 들고 학교에 갈 정도로 생수소비는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 업계현황 =현재 정부허가를 받은 먹는샘물업체는 국내 46개와 수입
36개등 82개 업체로 규모에 따라 메이저리그급 마이너리그급 군소업체등
크게 3개군으로 분류된다.

메이저리그급에 속하는 업체는 진로(석수), 풀무원(찬마루샘물), 제일제당
(스파클) 3개사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각각 2백억~4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생수시장의 3분1
이상을 차지했다.

마이너리그급은 다이아몬드, 크리스탈, 이동크리스탈, 설악, 산수등 연매출
50억~60억원대의 회사들이다.

나머지 연간 매출이 30억원 안팎의 군소 지역업체와 수입업체들이다.

<> 시장규모 =먹는샘물 시장은 수돗물 유해논쟁,환경오염등과 맞물려
90년대들어 연평균 30%이상씩 고속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약 1천6백억원.

95년의 1천2백억원에 비해 33% 확대됐다.

올해 생수판매는 1천9백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백억원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일주스, 청량음료등 다른 음료들의 시장규모가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판도변화 =올해 먹는샘물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대기업들.

우선 음료 빅3가 모두 시장참여를 선언했다.

해태음료는 지난해 6월 강원도 평창에서 생산되는 "해태샘물"로 먹는샘물
시장에 진입했다.

본격적인 사업을 벌일 올해 목표는 1백50억원으로 잡고 있다.

롯데칠성은 충북 청원군소재 중소 업체인 창대음료로부터 OEM(주문자상표
부착)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아이시스"라는 브랜드의 생수 신상품을
내놓았다.

두산음료도 생수시장에 참여한다는 방침아래 브랜드를 "산여울"로 확정했다.

음료 빅3뿐만이 아니다.

조선맥주 동원산업 한국야쿠르트등도 생수시장에 뛰어들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돌풍을 먹는샘물 시장에서 재현한다는 목표아래 지난해
중소업체인 흑성산음료를 인수해 이달초 "퓨리스" 브랜드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북청물장수를 사들여 "동원샘물" 브랜드로 시장에 참여한 동원은
현재 30개인 대리점을 올해안으로 1백개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경기도 포천의 이동음료와 OEM
계약을 맺고 "샘물나라" 브랜드의 먹는샘물을 판매하고 있다.

신규 참여업체들은 사업 첫해나 다름없는 올해 매출목표를 1백억원대로
잡고 있다.

단숨에 마이너리그를 제치고 메이저리그로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먹는샘물만의 독특한 마케팅기법이 있고 유통구조가 색다르다고는 하지만
신규업체 대부분이 편의점 일반소매점등에서 기존 대형업체 못지 않은
막강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상당한 판도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 중소업체 실정 =대기업들의 신규참여로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은 중소업체.

이들은 유통망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대단히
낮은 편이다.

이에따라 대기업의 OEM업체로 전락하거나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 업체들
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의욕을 갖고 먹는샘물시장에 진입했던 롯데삼강, 오뚜기, 크라운베이커리등
덩치 큰 회사들도 문란한 가격질서, 판매부진등으로 사업을 중단한 점을
감안하면 중소업체들의 어려움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입산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배 가까운 가격으로 경쟁력을 상실, 프랑스 "에비앙" "볼빅" 노르웨이
"바이킹"등의 국내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신덕샘물"등 북한산도 거의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진로의 송석영이사는 "일본에서도 대형 3개사가 전체 매출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며 "당분간 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4~5개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