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은 4일(현지시간) 제네바모터쇼를 둘러본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자동차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근로의식이 살아나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노사분규가 3년만
계속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물론 모든 산업이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고 및 러시아 업체 인수는 어떻게 되는가.

"이번 출장길에 유고에 들른다.

지난번 유고 자스타바사의 관계자들이 서울에 왔던데 대한 답방형식이다.

자스타바사를 인수할지는 아직 최종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방법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자스타바와 손을 잡는다면 지분 참여 형태가 될 것으로 본다.

러시아는 GAZ와 협상중이다.

유고는 아직 정치가 불안정해서 자동차사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고에 비해 정치가 안정돼 있어 사업을 할만하다고
본다.

어떤 형태로든 곧 결말이 날 것이다.

이번 출장에는 터키공장과 인도공장 건설현장에도 둘러볼 예정이다"

-브라질이나 중국에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러군데 다 벌일 여유가 없다.

폴크스바겐처럼 여기저기 다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직 능력이 달린다.

우선 유고나 러시아 같은데부터 시작하고 능력범위내에서 천천히
하겠다.

중국은 큰 정책의 변화가 없는한 당장은 어렵다.

하지만 포기는 않는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공급과잉현상이 심각한데.

"상관없다.

경쟁을 거쳐 자연히 해결될 문제다.

다른 업체들이 열심히 한다지만 이제 현대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대우와 기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우가 최근 새차를 잇따라 내놓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우는 과거 현대의 포니개발 포맷과 같은 형태로 성장틀을 잡은
것 같다.

남은 것은 그 기술을 어떻게 소화해내느냐다.

대우의 앞날은 여기에 달렸다고 본다.

기아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기술면에서 많이 앞서 있다.

항간의 소문처럼 위험한 상태는 절대 아니다"

-올해도 연초부터 노동법 개정등의 문제로 공장라인이 서는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노사분규가 3년만 더가면 완전히 끝이다.

근로의식이 이대로 가서는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근로의식을 빨리 회복해야지 그렇지 않고서는 여기서 망한다.

정말 큰 일이다"

-현재 경제가 이렇게 침체된 원인은.

"모든 정책이 취지와는 달리 운용이 제대로 안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 경제는 6.29선언때부터 어려워졌다.

민주화라는 것이 방종으로 흘렀다.

금융실명제도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운용을 잘못했다.

돈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주지 않고 몰았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

-모터쇼를 둘러본 소감은.

"우리가 제네바모터쇼에 참가한 것이 지금부터 20년전인 77년도다.

열평남짓한 전시장에 현대라는 이름을 처음 걸고 포니 두대를 전시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현대차에 대한 평가는.

"어느 면에서고 세계적 메이커에 뒤지질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앞서가는 부분도 많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마지막 1% 정성"이 아직 모자란다는 점이다"

[제네바=김수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