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본사를 둔 보성식품(대표 김노준)이 시판하고 있는 청국장 발효기는
고약한 냄새를 제거한 청국장을 만드는 신제품이다.

물론 구수한 맛은 그대로 살려준다.

이 발효기는 청국장뿐만 아니라 식혜 요구르트 발효에도 사용되고 평소에는
보온밥통으로 활용되는 다기능제품.

지난 94년 부산에서 개최된 아이디어 발명품 전시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하면서 일찍이 상품성을 평가받은 이 발효기는 전통식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월 시판 한달만에 1천개가 팔려나갔다.

이 제품의 개발은 전통음식문화 보존에 앞장서겠다는 한 사업가의 정열이
일궈낸 결실이었다.

이 회사 부설 청국장연구소의 이범권 소장이 바로 그다.

그는 간장 된장 고추장까지 외국제품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우리의
안방 식탁마저 외국산으로 점령당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게다가 시내 음식점을 돌아다녀봤지만 제대로 된 옛날 청국장집을 찾아볼수
없어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그동안 해오던 건축업과 도자기 판매까지 그만둔 그는 지난 88년부터
청국장에 대한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청국장이 갈수록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까닭이 바로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라고 결론지었다.

이때부터 냄새제거를 위한 발효기 개발에 나섰다.

이소장은 여러차례의 시험과 실패끝에 메주콩 발효때 섭씨 42도 정도를
48시간 유지하면 고유의 맛은 남고 냄새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센서를 구하기 위해 서울 청계천과 세운상가 등을 동분서주한 끝에 마침내
개발에 성공하게 됐다.

92년이었다.

개발에 나선지 5년여의 시간이 지난뒤였다.

청국장은 메주콩을 불린후 물렁할 때까지 푹 삶아 물기를 뺀후 발효기에
담아 놓으면 된다.

청국장 버튼을 눌러놓으면 48시간후에 감칠맛나는 청국장이 돼나온다.

청국장은 찌개 외에도 막장 김밥 등을 만들어먹는데도 이용된다.

콩의 영양가를 1백% 섭취할수 있는 청국장은 장속의 잡균 번식을 억제하고
소화력을 도와 장을 튼튼히 해줄뿐 아니라 암을 예방해주고 치료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게 청국장박사 이소장의 설명이다.

또 고혈압을 내리고 몸속의 염분을 배설해주며 노화방지 임산부 등의
빈혈치료나 골다공증 예방 치료에도 효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요구르트를 만들려면 우유와 떠먹는 요구르트를 섞어 넣어서 9시간동안
넣어 놓으면 되고 엿기름가루를 물에 걸러 엿기름물을 만든후 고두밥과
함께 발효기에 넣으면 6시간후 식혜가 된다.

이소장은 "일본은 매년 7월10일을 청국장의 날로 정하고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고유음식을 일본에 빼앗긴 것같은 생각이
든다"며 우리나라 전통의 청국장 애용을 호소하고 있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