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전능한 경영자들이 많다.

이들은 너무도 능력이 탁월해 아랫사람들이 계량하고 따라잡기 힘들다.

한보그룹의 정총회장도 이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보는 창업이래 몇번의 결정적인 위기를 성공으로 반전시키면서 성장해
왔다.

다른 기업들 같으면 패망의 계기라고 할만한 국면에서 정총회장은 오히려
화려한 재기를 해냈다.

운도 따랐다.

은마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도 그랬고 탄광을 인수할 때도 운명의 여신은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도저히 팔리지 않아 임대를 놓아야했던 아파트는 투기붐이 불면서 노다지를
안겼고 빌려준 돈 대신 인수한 석탄광은 기존의 갱도 바로 옆에서 노천광이나
다를바 없는 새 광맥이 터졌다.

아파트를 못지어 쌓아둔 녹슨 철근은 자고나면 금값으로 치솟았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됐다.

그러니 스스로는 사업운에 대해 과신하게 되고 부하들은 상전의 능력에
대해 맹신하게 된다.

그와 인터뷰해본 기자들은 마치 코미디 "회장님 우리 회장님"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입을 모은다.

정총회장이 몇번의 성공에 대해 "운이 좋았었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타고난 혜안을 갖추셨기 때문"이라는 사장단의 칭송이 합창처럼 따라
붙는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분위기에서 기업 의사결정은 1인 독재의 원시성을 벗을수 없다.

"경영자의 무오류성"이야말로 근대 경영의 최대의 적일 수도 있다.

정치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영에서도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된다.

기업이 소규모일 때는 창업자가 곧 경영자가 되지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 경영인을 두게 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