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소비자인 기업측면에서 보면 일단 자금부족이 심각하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수요는 늘고 있는데 자금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자금부족규모는 91년에 32조2천억이던 것이 매년 꾸준히 늘어
95년에는 48조6천억원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개인의 자금잉여는 별로 늘지 않아 91년과 95년에 모두 22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다보니 너도나도 서로 좁은 금융기관문을 두드리다보니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아져 기업들이 겪는 애로가 커졌다.

중소기업중앙회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겪는 경영난중 약2 0%가
금융상의 애로로 조사됐다.

고금리기조도 정착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기업의 차입금 평균이자율이 일본(4.3%)
대만(6.2%)에 비해 턱없이 높은 연11.7%다.

이러다보니 국내기업의 매출액에서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5.6%로
일본(1.6%) 대만(1.7%)에 비해 훨씬 높다.

금융비용부담이 이처럼 높다보니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의
차이가 외국에 비해 크다.

지급이자 사채이자 등을 감안한 경상이익률이 우리나라는 3.6%로
영업이익률(8.3%)보다 훨씬 낮다.

미국 일본 대만 등은 이 두 수치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들은 그만큼 이자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시장금리가 경상성장률을 3~4%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의 경우 지난 95년 경제성장률이 10.78%인데 비해 시장금리는 7.24%로
낮은 수준이다.

우리는 금융시장이 개방되지 못하고 금리가 높다보니 경제성장률과 시장
금리가 12~13% 수준으로 비슷한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가 가입한 선진국클럽인 OECD의 회원국 가운데 금리가
두자리수인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멕시코밖에 없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