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바라는 상품을 내놓아라"

마케팅에서 이보다 더 확실하게 제품의 성공을 보증하는 요소는 없을
것이다.

전자수첩 가비앙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추는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제품중 하나로 손꼽힌다.

세계적으로 전자수첩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 87년.

일본 샤프전자가 개발한 일어및 영어로 된 전자수첩이다.

당시 일본을 방문한 국내 소비자들은 이 전자수첩을 보고 한글로 된
제품이 없는 것을 아쉬워 했다.

한국샤프전자는 이에 착안, 지난 91년 8월 국내 처음으로 한글전자수첩을
내놓았다.

하지만 잘 팔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당시 전자수첩은 필수품이 아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료가 비싼 TV광고는 하지 않고 신문이나 잡지등 인쇄매체
광고만 했다.

초기 판매량은 월평균 2천~3천대.

그런대로 괜찮은 실적이었다.

그러나 92년들어 당초 우려대로 판매신장률이 정체됐다.

회사는 그때까지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보내온 엽서를 철저하게
분석, 원인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너무 비싸고 무거운 전자수첩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실 당시로서는 15만원대인 전자수첩은 비싼편이었다.

더구나 부피도 크고 무거워 사람들이 갖고 다니기에 불편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회사는 94년에 부피와 무게를 줄인
"위니드"전자수첩을 내놓았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이것도 성에 차지 않았다.

더 작고 더 값싼 제품을 원했다.

드디어 지난해 3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신용카드만한 전자수첩을
선보였다.

무게라고는 50g도 채 안되고 가격도 크게 부담이 안가는 9만원대로
낮췄다.

또 여름철에 와이셔츠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빠지지 않도록 삐삐처럼
고리를 부착했다.

이름도 가볍다는 뜻의 순수한 우리말을 원용해 "가비앙"으로 지었다.

이렇게 해서 마케팅의 4P중 첫번째인 제품(Product)에서는 궤도에
올랐다.

남은 것은 궤도에 오른 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구매욕을
자극하는 효과적인 광고판촉(Promotion)전략을 구사하는 것.

이를 위해 회사는 남다른 광고전략을 쓰고 있다.

그것은 광고문구나 내용을 실제소비층보다 10세 어린 계층에 맞추는
"10세 하향광고"전략.

전자수첩의 최대소비층은 30대 연령층이나 광고카피나 내용은 20세전후에
맞는 신세대스타일이다.

이 광고전략은 실제나이에 비해 10세쯤 젊게 생활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수법이다.

이때문에 30대이상의 소비자들을 주요타깃으로 하면서 광고내용은
10대후반이나 20대초반 스타일로 꾸미고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제품및 광고전략으로 가비앙은 지난해 12개 언론사와 단체
등으로부터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