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김영삼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담화문에서 나타난 경제정책 방향은
"위기론 시인, 방법론 부재"로 요약된다.

김대통령은 우리의 경제상황이 대단히 어렵고 이대로 방치하면 자칫
삼류국가로 전락할 위험성마저 있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도 멕시코사태가 재발될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또 국민과 기업, 근로자들이 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자인했다.

이같은 시각은 지난 1월 7일 연두기자회견 당시 "경제의 어려움은 세계가
함께 겪는 고통이기도 하다" "우리는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일부 비관론" 기조에서 한달여만에 총체적인 비관론으로
전면 바뀐 것이다.

이제야말로 청와대가 경제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도 풀이된다.

그렇지만 이같은 김대통령의 인식변화는 노동계총파업및 한보부도등에
따른 민심이반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아직도 경제원론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경제계는 경제위기국면을 강조한 것에 공감의 뜻을 보였지만 구체적이고
새로운 대책이 없다는 점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주식시장도 종합주가지수가 담화문 발표이후 약보합세로 반전되는등 주식
투자가의 실망감을 반영했다.

재경원은 청와대를 의식, 오전중에 컨드리 펀드 증자등 주가관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와함께 경제상황 인식이 1백80도 수정됐는데도 알맹이 있는 실천론의
제시가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김대통령은 <>기업의 투자의욕 제고 <>기업경쟁력 회복 <>창업여건 용이화
를 위해 정부가 할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

또 부정부패 근절방법의 하나로 금융개혁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운용방향의 대부분이 이미 시행중인 것으로 굳이 "새
것"을 찾는다면 젊고 패기있는 세대들이 손쉽게 창업할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부분에 그친다.

청와대와 재정경제원은 새로운 구호로 등장한 "경제살리기"를 위한 후속
대책 착수에 들어갔지만 물가안정 국제수지 적자 감축이라는 양대 경제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이라는 비난도 받지 않을
대책을 마련하는데 부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약효가 나올만한 처방전은 다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면 2.4분기중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이기 위한 임시
투자세액공제제도나 금융비용 부담완화를 위한 추가적인 지급준비율 인하,
금융기관간 완정경쟁체제 유도를 통한 중개비용 절감등의 시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창업절차 간소화및 금융지원 강화시책도 조만간 강구될 전망이다.

한보부도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기의 자금난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한도를 추가조정하는등 금융지원 강화대책이
입안될 것이 확실시된다.

영세상공인의 불황을 감안, 세금감면및 유예조치등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
된다.

김대통령이 한보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제도 선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기적으로는 금융감독기구간의 유기적인 정보교환을 돕는
협의체를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재경원이 맡고 있는 리스 단자 종금등
제2금융권의 감독을 맡는 중간감독기구 신설및 금융감독원 설립등도 금개위
와 함께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김대통령이 경제비상시국을 비장한 어조로 선언한만큼 다소 안이했던
재경원의 기존 경제인식이 대폭 수정됨은 물론 각론 마련에 있어서도
단기적인 효율성을 좀더 따지는 방향으로 검토될 것으로 판단된다.

재경원은 지난 19일 열린 제3차 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에 "우리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업영향은 업계와 근로자의 노력
으로 만회하고 있으며 한보부도의 파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책을 통해
수습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고, 일부 전선에 동요가 있음을 마지못해
인정하는데 그쳤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3류국가 전락론마저 강조한만큼 재경원이 더이상
앵무새같이 "기존 경제정책 기조 유지"만을 되풀이 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대통령담화문을 지켜본 전국민들
의 주문이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