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건형 승용차 시대가 활짝 열린다.

대우자동차는 최근 판매에 들어간 누비라의 왜건형을 개발, 4월부터
생산에 나선다.

기아자동차는 국내 첫 중형 왜건인 크레도스 왜건을 하반기부터 판매키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현대 아반떼 투어링 한차종이 외롭게 지켜오던 왜건형
승용차 시장이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게 됐다.

대우자동차가 판매에 들어갈 누비라 왜건은 누비라의 차체가 다른
준중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만큼 실내공간이 넉넉한 것이 특징.

이미 지난18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누비라 신차발표회에 함께 선보인
이 차는 차체 길이가 누비라에 비해 44mm나 길어진데다 높이도 7mm가량
높아져 중형 왜건으로 보일 정도다.

특히 대체로 승용차의 왜건형은 짐을 싣는 공간을 넓히느라 뒷좌석을
좁히는 경우가 흔하나 이 차는 좌석을 그대로 두고도 공간을 확보했다.

스타일도 균형이 잡혀 있다.

기아는 현대와 대우가 준중형차를 베이스로 왜건형 승용차를 개발한
것과는 달리 중형차인 크레도스를 기본으로 했다.

따라서 준중형 왜건보다 길이가 3백mm, 폭이 80mm, 높이가 70mm씩 크고
실내도 미니밴 정도로 넓은 것이 특징이다.

출퇴근과 레저의 편의를 살린다는 왜건의 이미지에 가장 적합한 차라는
것이 기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가 파생차종인 왜건형 승용차 경쟁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것은
자동차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가면서 세단형만으로는 시장확대가
불가능해서다.

파생차종으로 "틈새시장"을 형성, "저인망식의 판매"에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이 왜건시장을 밝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아직 왜건의 수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

현대도 아반떼 투어링을 자신있게 내놓았지만 아직 별 재미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아반떼 투어링은 첫선을 보인 95년에는 월평균 1천7백50대씩 팔려나갔으나
지난해 판매는 월평균 6백80대선에 그쳤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런 부진을 "투어링의 다용도성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그러나 투어링에 이어 누비라 왜건과 크레도스 왜건이 이 시장에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경쟁이 시장을 넓히고, 시장이 커지면 왜건의 실제 기능이 소비자들에게
먹혀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마케팅팀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단 보유자들은 투어링의 출퇴근용 이미지에
대해 평가가 낮은 반면 실제 이용자들은 준중형승용차 및 중형승용차에
비해 출퇴근용으로 훨씬 뛰어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레저와 가족용 화물적재용 등의 다기능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데
큰 만족을 느낀다는 평가가 절반을 넘고 있다.

또 실제구매자 가운데 30대 연령층이 51.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왜건형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는 판단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