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기술원 마이크로시스템랩 송기무박사(46)는 눈덮인 겨울산행을
좋아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길을 만들어가는데서 느끼는
희열이 새로운 분야에서 최초 최고의 연구결과를 낼 때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베를린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았던 기간을 포함해 올해로 연구원생활
20년째.

그는 마침내 지난해말 세계최초의 기록을 보탰다.

15명의 믿음직한 동료연구원과 함께 초소형정밀기계(MEMS)기술을 이용한
"고감도 마이크로 자이로스코프"를 개발한 것.

자이로스코프는 상하 좌우 전후에 생기는 각속도를 검출하고 이동체의
속도와 위치를 알려주는 센서인데 그동안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소형화와
정밀도를 구현해 낸 것이다.

그가 주도해 시작품으로 내놓은 마이크로 자이로스코프의 크기는 가로
세로 1mm이며 1초에 0.1도 이하의 각도변화를 감지할수 있다.

표면미세가공법으로 실리콘기판 위에 다결정 실리콘 박막을 7.5미크론m
두께로 증착, 선진국에서도 실험실수준에서만 성공한 이 방식의 마이크로
자이로스코프보다 감도가 10배이상 높다.

특히 기존 제품이 압전방식등 기계식인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반도체공정을
이용한 칩(Chip)화에 성공, 대량생산시 경제성을 확보할수 있는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자이로스코프가 상용화되면 움직이는 모든 기기의 위치와 자세를 정밀
제어하는데 폭넓게 쓰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캠코더등의 일부 소형가전제품에서 시작해 자동차의 진동제어 그리고
의료용기기 쪽으로 쓰임새가 확산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물론 상용화단계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신뢰성을 보다 높여야 하고 저가 대량생산을 위한 후공정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세부품의 조립기술은 물론 반도체와 같이 실리콘웨이퍼 위에서 작동여부
를 한꺼번에 알아낼수 있는 테스트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그러나 대단히 희망적이다.

미국의 캔우드와 버추얼리티사, 영국 IMT테크놀로지, 독일 벤츠등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해 오는등 이번 연구성과에 포함된 기술력을 인정받았듯이
우리나라 관련분야 연구진 개개인의 창조적 기술개발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