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은 정말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인가.

박철 한국은행 자금부장이 "현재 유동성 수준은 대체로 적정하며 금융시장
동향도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힘에 따라 "금융시장 안정여부"
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은 최근의 회사채 금리상승및 주가하락이 환율안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시중유동성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라는 금융계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여기에는 통화및 환율정책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한은의 기저가 깔려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자금및 외환시장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한보부도 이후에도 자금시장은 별문제가 없으며 단지 다음달
회사채 발행 신청물량이 사상최대인 3조9천78억원에 달한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란 진단이다.

한은의 이런 입장표명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 지난 21일 연12.45%까지
올랐던 회사채 수익률(3년)이 22일 연12.44%로 0.01%포인트 떨어졌다.

어느 정도 "약발"이 시장에 먹힌 셈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한은의 이런 시각을 "지나친 낙관"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시장여건만 보더라도 불안정한 요소 투성이라는 이유에서다.

회사채 발행물량이 쏟아지면 수익률은 오를수밖에 없다.

또 한보 부도여파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인수를 꺼리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 한보 부도이후 6조여원의 돈이 풀렸지만 금융기관내에서만 환류됐을뿐
기업에 흘러간 흔적은 거의 없다.

일시적으로 수그러든 환율상승세도 변수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늘어나고 경제가 침체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올라갈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은이 대규모 달러를 시장에 풀어 환율상승세를 진정시켜도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한은이 환율오름세를 다시 억제하려면 달러화 매각이 필수적이고 그러자면
원화자금 환수가 동반돼 시중유동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 외환보유고를 걱정해야 하는 한은으로선 무한적인 시장개입은 힘들다.

시장개입이 중단되면 환율은 다시 용수철처럼 튀어오르고 그러면 환투기가
되살아나 원화자금시장에 영향을 미칠 공산도 크다.

한 관계자는 "현재 자금시장은 극히 불안정하다"며 "수급상으로만 보면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 분명하지만 한은이 그때그때 돈을 풀어 상승세를
억제하고 있는 아슬아슬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