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상호신용금고들이 근거없는 악성루머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20일 자금악화설이 유포된 경기도 의정부 소재 동아금고에서 사흘만에
5백80억원 가량의 예금이 인출되는 등 최근 2~3년간 금고업계에서는 10여건
이상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재경원 신용관리기금 등 관계당국에서는 마땅한 재발방지책을 마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전북 부안 소재의 현대금고에서 새마을금고및 보험사 직원이
퍼뜨린 자금악화설로 1백38억원이 빠져나갔고 전남 여수지역의 고려금고에선
계열사의 백화점 건설과 전임 대표이사의 민선시장 출마 등으로 인한 자금
유출설이 퍼져 2백54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다.

다음달엔 경기 오산 소재 한남금고가 여신거래처인 신양건설부도로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설에 휘말려 2백80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말엔 경남 통영지역의 조흥금고가 개인택시기사와 보험사 직원이
유포한 자금악화설 때문에 2백20억원이 인출돼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고는 아니지만 92년엔 광주 소재 한남투자신탁에서 보험모집인들이 흘린
자금악화설로 1주일동안 1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당시 한남투신 예탁금(2조원)의 5%에 이르는 규모로 재경원장관이
TV에 출연, 사태수습에 나섰으나 정상을 찾는데 무려 6개월이나 소요됐다.

금고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인접한 금융기관에서 예금을 빼내가기 위해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 정한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