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를 버리고 제자가 스승을 폭행하고 이웃간 대화는 끊긴지
오래고..."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명퇴"와 "황퇴"로 가정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다.

그런 때문일까.

가족과 이웃간의 훈훈한 정을 주제로 한 "따뜻한" 광고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가족사랑을 주제로 한 광고의 대표적 사례는 데이콤의 국제전화광고.

이국만리에서 홀로 지내는 한 유학생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이 아들을
격려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묘사한 데이콤 국제전화 002 광고는
모자지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또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에게 생신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데이콤 시외전화
082 광고도 따스한 가족간의 사랑으로 심금을 울린다.

아버지의 권위상실을 경계하면서 부정을 소재로 한 광고도 눈에 띈다.

지속적인 정소재캠페인을 전개중인 오리온의 초코파이 광고는 어린 토미가
초코파이를 통해 한달에 한번밖에 볼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어린아들이 늦게 귀가하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부정을 확인하는 제일제당의
컨디션광고, 놀이를 통해 일체감을 갖는 부자간의 정을 풀어내고 있는 농심의
큰사발 광고도 아버지의 사랑이 주제어다.

불황기가 낳은 이 시대의 신조어 명퇴와 황퇴를 연상시키면서 친구간의
우정을 강조하는 광고도 눈길을 끈다.

어려운 일(명퇴나 황퇴)을 당한듯한 친구를 위로 격려하면서 넓은 마음으로
친구를 포옹하는 삼성화재 광고는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오리콤의 김완중 국장은 "사회가 각박해지고 불안해지자 사람들은 따뜻한
광고로 위안받고 싶어한다"면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을 소재로 한 광고가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 따뜻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고 말하는 어느 커피 광고처럼
정을 주제로 한 광고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