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환율이 연이틀 폭락을 거듭했다.

하루중 등락폭이 17원80전을 기록하는가 하면 19일엔 일중 변동제한폭까지
시세가 곤두박질쳤다.

이틀간 변동폭이 무려 28원이다.

외환당국의 무차별적인 개입도 강화되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향후 환율을 예측하는데 혼선을 빚고 있고 기업들도 우왕좌왕
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외환당국의 미숙한 개입태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외환시장은 본연의 시장기능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 시장 상황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18일 한때 8백87원에서 8백69원20전까지
급락한데 이어 19일에는 8백59원까지 떨어졌다.

19일에는 특히 지난 90년 시장평균환율제도의 도입이후 두번째로 하루 변동
제한폭(매매기준율의 상하 2.25%)을 꽉채우며 하락했다.

개입량은 전날에 미치지 못했지만 딜러들의 "사자"심리는 급속히 위축됐다.

상황이 돌변하자 당국은 오후들어 갑자기 매입 개입을 시작, 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러나 8백59원에 형성됐던 환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시장참가자들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관망세로
돌아섰다.

<> 당국의 입장

=외환당국은 18일부터 현물환.선물환을 가리지 않고 15억달러이상의 달러화
를 시장에 방출했다.

또 "환율의 추가상승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고위관계자들의 "버벌 인터벤션"
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는 시장에 만연되고 있는 환율상승심리를 단기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에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가 확대되고 기업들의 사재기 열풍이
가세하는 양상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당국은 특히 기업들의 달러 사재기를 견제하지 않으면 환율급등을 막을수
없다고 판단한듯 하다.

이에 따라 향후 가수요의 싹을 완전히 제거하자는 "강경론"이 당국내부에서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우격다짐식 시장개입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허약한 방어로 일관하며 상승길목을 터주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 환율 전망

=딜러들은 환율이 이번주동안은 8백80원선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당국의 태도가 워낙 강경하다는 점이 상승을 억제하는 주요요인
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양상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경상수지 적자폭의 확대와 주식시장의 장기침체 등 실물경제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원화절하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의 수출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엔저"도 의식하지 않을수
없는 분위기이다.

"다음주부터 8백80원선에 재차 거래가 이뤄질 것"(S은행 관계자)는 전망도
이런 여건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에도 불구, 상당수의 대기업들은 보유달러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모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볼때 달러화를 계속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당국의 "개입 약발"을 믿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상반기중 환율이 9백원까지는 상승할 것"
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