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위조지폐를 입금한후 진폐를 출금하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발생, 금융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흥은행 광주지점 365일코너에서 생겨난 이 신종범죄는 사고위험이 진작
부터 제기돼온 것이어서 은행들의 무사안일을 질책하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ATM는 은행들이 창구혼잡 완화를 목적으로 최근들어 대거 설치, 현재
조흥은행 7백97개 등 은행권 전체적으로 5천여대를 웃돌고 있어 가동중단
으로 인해 고객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ATM는 크게 환류식과 입.출금식 등 두가지로 구분된다.

이번에 사고난 환류식은 입금한 현금이 자동으로 출금돼 나오는 방식으로
입.출금식보다 더 진전된 형태에 속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영업시간전에 기기안에 장착해놓은 돈(대체로 1천5백만원)
이 다 나가고 돈이 모자라면 입금한 돈이 나가게 돼있다.

물론 위폐를 감지하는 센서도 설치해뒀다.

그러나 ATM 운용과정에서 결정적인 허점이 드러났다.

은행들은 센서를 너무 예민하게 조정해놓을 경우 예상되는 가동중단사태를
우려, 센서감지율을 크게 낮추어 놓은채 운영해왔다.

사실상 은행관계자는 "센서가 조금만 예민해도 헌 지폐, 심지어 김치국물만
묻어 있어도 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ATM의 입금거부를 예상, LG컴퓨터는 모든 ATM에, 청호컴퓨터는 일부
ATM에 대해 감식률을 낮추어 높았다.

효성컴퓨터만 위폐식별장치 가동을 철저히 해놓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LG와 청호컴퓨터가 제작한 ATM의 경우에도 식별장치를 재가동하면
문제가 없다고 은행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제품이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지 식별장치의 일시정지
때문인지는 좀더 시간이 지나야 판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위폐를 사용하면서 범인이 훔친 카드와 비밀번호를 쓸 경우 현재로선
대응책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입.출금식으로 다시 교체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는 않다.

입.출금식은 ATM안에 들어온 현금을 은행원이 다시 회수해 진.위폐여부를
점검한 후 다시 돈을 출금, 사고위험성이 적지만 효율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어쨌든 영업전 ATM에 입력되는 현금의 규모가 줄잡아 6백50억원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해볼때 은행들의 대응책 마련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