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제품은 소비자에게 첫선을 보이기까지 여러번의 통과의례를 거친다.

자동차의 실차충돌실험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완성차뿐만 아니라 2만여가지의 구성부품 역시 조립전 별도의 성능실험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완성품으로하는 실험은 그러나 경비가 많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한 "사이버실험"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
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생산기반기술개발센터 주조설계연구팀 최정길박사(44)
는 완벽한 주조제품을 만들기 위한 사이버실험실을 만들어 냈다.

이 실험실은 주형을 뜬 후 쇳물을 부어 넣고 응고되는 과정을 컴퓨터상에
그대로 재현시키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10년이 넘게 한우물을 판 끝에 그것도 순수 우리기술력으로 컴퓨터 수학
물리 기계등 복합기술을 융합시켜 탄생시킨 주조기술분야의 결정판이다.

제품을 만들어가며 하는 실험과정을 90%선의 정확도로 해석해 낼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40개 주조품생산업체에 보급되어 제품의 품질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조품의 불량률은 평균 10~15%에 달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업체는 일본과 엇비슷한 5%선으로 불량률이 떨어졌다
는 것.

자동차 휠 생산업체의 경우 한개의 휠을 생산하는데 6~7분 걸렸는데 이
시뮬레이션프로그램을 돌려 개선한 결과 5분대로 단축되는등 원가절감및
생산성제고에도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든게 주조상의 오류로 인한 결함을 컴퓨터로 미리 찾아 사전에 요소별
최적의 개선책을 마련, 접목할수 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그는 생산기술연구원 설립이념을 가장 잘 만족시킨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개발 공로로 지난해 연구원이 제정한 제1회 생산기술대상,
주조공학회의 기술상을 수상하는등 상복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기술수준만으로 독일 일본등과 어깨를 겨룰수 있습니다. 이미 이
프로그램의 수출도 추진중입니다. 앞으로는 주물작업공정을 99%의 정확도로
재현해 개선책을 찾도록 함으로써 주물제품에 관한한 "불량률 제로" 신화를
창조할 각오입니다"

국내 8백여 주조업체 모두가 이 프로그램을 수월하게 습득할수 있도록
지역별 주조기술정보통신망구축도 계획하고 있는 그는 또 "품질경영의 한
축을 이루는 주조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정부부문의 기술개발자금지원비중이
보다 확대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