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업계가 과잉 설비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국내 철도차량업계가 연산 3천량 규모
의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철도청 등이 발주할 물량은 1천1백량을 조금 넘을
전망이어서 올해도 만성적인 출혈수주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련업체들은 신규설비투자를 중단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철도차량 수요는 서울지하철 6~8호선 7백30량, 철
도청 무궁화호 객차 2백30량, 지하철 1호선과 분당선 1백67량 등 1천1백량이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시장에서도 특별한 수요는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그러나 국내철도차량생산능력은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이 각각 전동차 기관
차 객차 등을 합쳐 연산 1천2백량, 한진중공업도 연산 6백량 규모에 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시장상황의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근 신규투자를 전면 중
단했다.

한진은 지난해 9월 경북 상주에 40만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연산 1천2백50량
규모의 초대형 철도차량공장을 착공했으나 현재 토목공사만 마친채 후속공사
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회사 관계자는 "1차로 3백량 규모의 생산라인을 설치해 고속철도차량과
알루미늄 신소재 전동차,신도시 교통시스템 등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기대
했던 경부고속철도사업이 지연되는 등 시장전망이 불투명해 공사를 중단했
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잉설비투자와 이에 따른 저가수주경쟁으로 철도차량사
업은 계속하기도, 중단하기도 힘든 애물단지가 돼버렸다"며 "정부 역시 적
정구매가를 보장하는 입찰방식 도입 등으로 업계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