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대량이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유장희원장을 비롯한 중진급 인사들이 속속 이직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심각한 업무공백과 함께 일부에서는 KIEP의 존립마저 위협받지 않을까 우려
하고 있다.

유원장은 3월부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박태호부원장
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임용됐다.

또 박성훈박사와 주상영박사도 각각 고려대 국제대학원과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로 채용돼 이달말 KIEP를 떠나게 돼있다.

김태형박사는 세계6대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미국의 딜로이트앤투시사로
옮겨갈 예정이다.

이에앞서 고참급 연구위원이었던 이재성박사도 작년말 현대선물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김건홍박사는 뉴질랜드의 명문 웰링턴빅토리아대 교수로, 이성량박사는
도미했다가 최근 동국대 아시아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이외에도 앞으로 3~4명이 더 떠날 것으로 보여 적어도 12명 내외의 박사들이
KIEP를 그만둘 것으로 보인다.

현재 KIEP의 박사학위소지 연구원이 37명임을 감안하면 이직률은 무려
30%를 웃돈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각 대학마다 앞다퉈
국제대학원을 설립하면서 국제경제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
중진급 연구원들의 이탈이 빚어지고 있다"며 심각한 지경은 아니라고 애써
상황을 축소시켜 해석했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의 통폐합논의가 심심찮게 거론
되는데다 과중한 업무량, 낮은 봉급, 위상실추등 연구여건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어 연구의욕을 상실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이어 "연구활동이 자유롭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교수직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라며 "국책연구기관이 제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