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컴퓨터 유통업체인 한국소프트정보통신(구한국소프트유통센터.대표
김재덕)이 14일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이에따라 한국IPC로 시작해 멀티그램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한국소프트로
이어지는 중견 컴퓨터업체들의 연쇄부도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다.

"그동안 곪아온 상처가 밖으로 터져나온 것입니다" 이번 중견 PC업체의
연쇄부도사태를 보는 한 용산컴퓨터상가 상인의 자조섞인 푸념이다.

사실 한국IPC 아프로만 한국소프트등 이번 부도사태에 휘말린 대부분의
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만한 경영과 경쟁력 상실로 부도설이
끊이지 않았던 업체들이다.

또 이들 중견업체들의 도산으로 인한 부도도미노 현상은 편법거래와
지급보증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컴퓨터 유통업계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컴퓨터 업계의 연쇄부도는 자생력이 없는 군소업체들이
정리되는 "구조조정 과정"이라는게 이곳 상인들의 진단이다.

이번 중견 컴퓨터업체의 연쇄부도로 1천여개의 중소 조립PC및 유통업체이
된서리를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국내 조립PC시장은 크게 위축되는 대신 대형PC업체들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군소 컴퓨터업체들이 정리되는 한편 대형
PC업체들의 대리점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이번 부도사태로 PC시장은 대형 PC업체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재편돼
국내 컴퓨터시장의 대기업 편중현상이 심화되리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와관련 요즘 용산에는 이번 부도업체의 대리점 가운데 상당수를
대기업이 인수하리라는 예상이 나돌고 있다.

이에반해 용산을 중심으로한 중소 컴퓨터업체들은 부도회사들로부터의
직접 피해에다 한보부도와 중견 컴퓨터업체의 잇단 도산등으로 금융권에서
자금대출을 꺼리는 현상까지 겹쳐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용산 컴퓨터상가의 붕괴 위기감마저 나돌 정도다.

"단기적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일반 금융권은 물론 사채시장의
자금줄마저 얼어붙어 군소 컴퓨터업체들은 연쇄부도를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성원정보기술 전창배이사)

이에따라 컴퓨터 업계의 부도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먼저 부도 피해업체에 대한 신속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관련 채권단들이 주장하는 부도업체 또는 배후기업들의 "고의적
부도혐의"에 대한 진상이 의혹없이 밝혀져 부도의 책임소재가 명확해져야
한다.

이와함께 이번 부도사태를 계기로 국내 컴퓨터업계가 제살깍기식
출혈경쟁과 편법거래등 파행적 운영에서 벗어나 새롭게 거듭나려는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번 중견업체들의 부도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병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