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3일 김우석 전내무부장관과 신한국당 황병태.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을 구속하면서 한보특혜 외압의 기본 구도가 보다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이들 세의원에 대해 청구한 영장내용은 은행대출 청탁, 인.허가편의
제공, 국회무마라는 한보특혜의 세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국회재경위원장인 황의원은 지난해 10월께 정태수총회장의 부탁에
따라 한국산업은행이 한보철강에 5백억원을 대출해 주도록 입김을 불어 넣고
그 대가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제일.외환.산업 등 3개 은행에 특혜대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8억원을
받은 홍인길의원이 한보의 대금융권 로비의 주역이었다면 황의원은
조역이었던 셈이다.

은행대출에 관련된 홍.황의원이 "한보 밀어주기"쪽이었다면 건설부장관을
지낸 김전내무장관의 역할은 "한보 봐주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김전장관은 건설부장관 시절인 94년9월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와 34번
국도를 연결하는 해안도로를 조속히 건설해주는 것은 물론 건설부가
발주하는 각종 공사를 한보가 따낼 수 있도로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대가로 2억원을 뒷주머니에 챙겼다.

각료도 집권 여당의원도 아닌 권의원의 역할은 국정감사에서 한보문제를
잔뜩 벼르고 있던 야당 후배 의원들의 입을 막는 것이었다.

또 정총회장에게서 받은 2억원중 1억원을 권의원에게 건넨 정재철의원은
관련 상임위의 껄끄러운 질문을 미리 단속하는 한보의 국회 창구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완전히 규명됐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너무 많다.

한보에 대해 3조원이 집중지원됐던 94~95년의 대출경위가 숙제로 남아있고
5조원에 달하는 대출이 이들의 힘만으로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을 해소하는
것도 과제다.

또 당진제철소 건립과정의 각종 인허가에 연루된 관료들의 비리가 전혀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당연히 일어난다.

그러나 검찰이 현재 보이고 있는 태도로는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로 이번
사건이 사실상 마감된 것 같은 분위기다.

최병국 중수부장은 김현철씨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설만 갖고
수사할 수 없는 만큼 수사계획이 전혀 없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또 공무원 수사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부당행위(행정상의 실수)와 불법
행위를 혼동해 모두 수사대상으로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부당행위는
감독관청에서 조사할 일"이라며 포착된 혐의가 없음을 강조했다.

게다가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으로 불어닥친 "황풍"이 "한보태풍"을
잠재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부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은행장 2명, 장관 1명, 국회의원 4명 구속으로 수습단계에 들어선
검찰 수사가 국민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의혹을 얼마나 풀었는지는
미지수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