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에 이은 차세대 주력제품을 만들어라".

농심의 지상과제다.

농심은 "형님소고기"를 내놓고 이 과제달성의 기대에 가슴 부풀어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라면은 무려 37억개.

국민 1인당 82개씩 먹은 꼴이다.

그만큼 라면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식품이다.

국내 라면시장의 최강자는 라면 역사상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손꼽히는
신라면.

신라면 하나만으로 농심은 전체라면 시장의 30%를 석권하고 있다.

신라면은 농심에게 효자상품이면서 동시에 걱정거리다.

독보적인 제품이 인기를 잃을 경우 회사에 가져다 주는 위험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농심이 신라면의 대히트이후 끊임없이 이에 필적할 수있는 제품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도 안정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형님소고기라면은 지난해말 처음 선보인 이래 한달평균 5백만개씩 팔렸다.

9천만개씩 팔리는 신라면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처음 출발치고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농심은 설명한다.

올해 판매목표 3천만개 달성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농심이 형님소고기에 들인 투자와 노력은 남다르다.

농심은 이 라면을 만들기위해 1백50억원을 투자해 별도의 초고속 제조설비
을 도입했다.

이 설비는 컴퓨터 제어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장치로 시간당 생산능력도
기존 설비의 두배에 달한다.

<> 제품이미지

형님소고기라면의 전반적인 이미지는 복고풍이다.

복고풍은 요즘 젊은 층에게 새로운 유행이고 나이든 층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복고풍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라면봉지부터 70년대 등장했던 원조 농심라면의 겉표지 그대로
살렸다.

형님과 동생이 서로를 걱정해 달밤에 볏단을 날라주다 우연히 마주친다는
충남 예산의 우애좋은 형제이야기다.

광고도 복고풍이다.

"형님먼저 아우먼저"라면서 그릇을 서로 주고받는 유명한 장면을 되살렸다.

<> 맛

전반적인 맛의 기조는 매운 맛.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성을 보면 매운 맛을 벗어나서는 빅히트제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면발이다.

고압 스프레이공법으로 만들어 꼬들꼬들한 식감을 냈다.

면의 길이도 기존 제품들의 절반인 40cm다.

짧아서 먹기도 편하고 일부러 부러뜨려 넣을 필요도 없어졌다.

국물은 소고기 무 간장 고추가루로 우려낸 소고기국물맛이다.

뼈국물인 신라면과는 달리 뼈국물에 고기 삶은 물을 추가해 담백한 맛을
냈다고 농심은 밝혔다.

5백원짜리답게 건더기에는 소고기 조각을 넣었다.

맛도 맛이지만 고기조각이 주는 시각적 효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판촉전략

농심은 이 제품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데는 일단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라면 비수기가 시작되는 3월이후다.

여름은 성수기를 위한 잠복기다.

잠복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판매경쟁이 벌어지는 9월이후의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심은 비수기동안 판매곡선이 상승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평행선을 그릴
수 있도록 판촉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광고전보다는 점포주들에게 돌아가는 보상비를 높이고 판촉물을 이용,
상점에서 형님소고기가 많이 취급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농심의 김현준 상품기획팀부장은 "옛날부터 라면가격이 버스요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며 "소비자들의 수요도 고급화되는 추세여서 형님소고기
같은 5백원짜리 라면이 앞으로 라면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