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내놓은 한보관련 중소기업 지원대책은 한보부도사태에 따른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방치할 경우 연쇄부도등 총체적인 경제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반영한 것이다.

기왕의 대책들이 별반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고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감도 큰 점을 감안, 손에 잡히는 대안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청및 중소기협중앙회의 건의사항을 대부분 반영한
것으로 현시점에서 동원가능한 정책수단은 거의 망라됐다는 점에서 노력의
흔적을 찾을수 있다.

신용보증기관의 출혈을 필연적으로 초래할 것을 알면서도 중소기업보증기준
을 대폭 낮춘 것은 금융기관의 자금지원 활성화가 현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각종 자금지원도 "최대한"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자금조달방안이나 지원효과에 대한 검증없이 급조돼
상당부분이 "립서비스"로 끝날 우려가 크다.

기존 상업어음 할인재원이나 부도방지 경영안정자금도 자금이 없어 "낮잠"
을 자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재정경제원은 설을 앞두고 터진 한보부도로 시중금리가 치솟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년보다 1조원이상의 돈을 더 풀었다.

그러나 이같은 통화량 확대의 혜택은 중소기업에는 별반 돌아가지 않았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한국은행의 자금지원약속에도 불구, 한보철강 진성어음을
가진 하청업체에 대한 자금지원마저 꺼렸다.

금융권사정바람까지 겹치면서 일반중소기업들은 신용도가 낮고 담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은행돈을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풀린돈이 현장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국 따로, 반찬 따로"인 금융현실속에서 중소기업은 물론 한보에
거액을 물린 금융기관도 해외신인도 추락이라는 불이익을 겪어야 했다.

이같은 상황전개및 해결안에 대한 재경원의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심장에서 공급하는 혈액의 양을 늘렸으나 곳곳에서 "매듭"이 생겨 미세
혈관까지는 제대로 피가 흐르지 못하고 있음을 포착, 이를 풀어주려고
나섰다"(이윤재 재경원경제정책국장)고 자인했다.

자금조달원을 보다 분명히 하고 창구에서도 "발표대로" 집행하게 하는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