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브룩(영국)=정종태기자]

영국 런던에서 북쪽으로 20km쯤 떨어진 베드포트셔주.

이곳의 중소도시 밀브룩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성능시험장이 있다.

일명 "밀브룩 프루빙 그라운드".

미국 GM사 소유이다.

지난 73년 세워진 이곳의 규모는 총 90여만평.

도로의 총 연장길이만도 무려 80km에 달한다.

GM이 전세계에 보유하고 있는 5개 성능시험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그런만큼 시설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갖고 있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

대부분의 GM차량은 물론 벤츠 BMW를 비롯한 유럽업체들의 "전용 테스트장"
이 되고 있는 것도 이곳이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갖고 있어서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도 유럽 수출용 차량은 대부분 이곳에서 테스트를
필수적으로 거친다.

밀브룩성능시험장에는 여느 성능시험장보다 훨씬 정교하게 자동차의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각종 첨단 시설이 들어가 있다.

우선 중앙에는 원형 둘레 3.2km의 고속 주행시험장(High Speed Circuit)이
있다.

경사별로 5개의 레인이 있으며 최고경사각이 45도인 맨 바깥 레인에서는
운전대에서 손을 뗀 상태로 시속 3백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또 왼편에는 총길이 1마일(1.6km)의 직선로가 있다.

내리막길에서부터 이어진 이 도로에서는 최고속도의 테스트가 가능하다.

마력을 테스트하는 각종 언덕길도 있다.

경사별로 7도에서부터 11도 14도 17도 21도 26도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6종류의 길이 있다.

트럭이나 버스 승용차 지프 등 각 차종별로 내구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자갈길 진흙길 블록길 등 각종 오프로드와 핸들링을 시험하는 굽은 도로
등도 있다.

특이한 점은 자동차의 부식성을 실험하는 각종 물길이나 영하 30도, 영상
40도 등의 극한온도에서 성능을 테스트하는 혹한.혹서실험장도 마련돼
있다는 것.

이밖에도 안전이나 환경에 관련된 각 지역별 법규에 맞출 수 있도록 충돌
실험이나 소음 및 에미션테스트 등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실험 데이터를
지원하고 있다.

밀브룩시험장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곳에서 전문적인 테스트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들은 모두 GM사의 최고급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세계 주요 메이커들이 개발한 각종 신차들이 미리 성능을
테스트중인만큼 도로 곧곧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24시간 테스트가 가능한 것도 이곳 성능시험장만의 특징.

또한 이곳을 돌아보면 언제나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시설이 노후됐기 때문이 아니라 노면을 항상 일정한 상태로 보전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야만 정확한 테스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밀브룩 성능시험장은 특히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기준에 맞게
성능 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곳에 파견나온 대우자동차 관계자는 "국산차들도 이제는 신차
개발단계에서부터 해외 현지 시험장에서 성능을 테스트해 내수와 동시에
수출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