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에서 홍보의 중요성이 커지며 홍보실장의 위상도 변하고 있다.

기업의 주요사항을 외부로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업의 성장전략과 총체적인
이미지관리를 수행하는 요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그룹 홍보실장들의 직급은 전무에서 이사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그룹총수의 최측근에서 주요정책결정을 보좌하는 자리인 만큼
활동범위는 웬만한 사장급 못지않게 넓고 막중하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홍보실장들은 매일매일 여론이라는 예측불가능한 상대와 싸운다.

따라서 그룹이 돌아가는 사정에 밝으면서도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겸비한 올라운드플레이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당발은 기본이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기민함이 요구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주요그룹 홍보실장들은 신문 방송 등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기업체로 자리를 옮긴 경우와 순수한 기업출신의 두부류로 크게 나뉜다.

현대 이영일전무, 삼성 이의일전무, 대우 김윤식전무 등이 기자출신이라면
LG 심재혁전무, 한진 한상범상무, 선경 이노종이사 등은 기업에서 성장해
그룹홍보의 사령탑에 오른 케이스다.

기자출신 홍보실장일지라도 언론계에서 고위직을 지내고 "전관예우"의
차원에서 스카우트된 것 아니냐는 통념과는 달리 대리 과장급 중간간부직으로
입사, 해당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경우가 많다.

현대그룹 이영일전무는 합동통신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현대건설에
입사했으며 현대계열 광고사인 금강기획에서도 근무했다.

합리적인 성격으로 기자들에게 신뢰감이 두텁다는 평을 듣는다.

삼성그룹 이의일전무는 동양방송 사회부기자 출신으로 "전략과 관리"라는
그룹 특유의 캐릭터를 홍보에도 성공적으로 접목시키고 있다.

대우그룹 김윤식전무 역시 중앙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78년 그룹 기획조정실 과장으로 입사했으며 상하간에 격의가 없어 따르는
후배가 많다.

성실하면서도 격의없는 대인관계로 인기가 높은 쌍용그룹 김동현상무와
롯데그룹 오정환상무는 동아일보에서, 두산그룹 문창석상무는 조선일보에서
펜을 잡았다.

효성그룹 유창하이사는 서울신문 기자로 입사, 심의위원까지 지낸뒤 95년
그룹에 영입됐다.

고려대 신방과에 출강하고 있는 언론학 박사이기도 하다.

한화그룹 이경재상무는 동아방송, 한라그룹 김경용상무와 동아그룹 김두영
상무는 KBS 등에서 근무했던 방송기자 출신이다.

한화 이상무와 한라 김상무는 방송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그룹의 위성방송
사업단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극동건설그룹 이정국이사는 한국경제신문에서, 고합그룹 성재삼상무와
기아자동차(그룹홍보 병행) 노서호상무는 매일경제신문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LG그룹 심재혁전무의 경우 4대그룹 홍보총책중 유일한 순수기업 출신이다.

LG정유에 입사, 이사까지 오른 후 그룹홍보실로 보임된 심전무는 "영국
신사"라는 별명답게 대인관계가 좋고 관청가에도 발이 넓다.

선경그룹 이노종이사와 한진그룹 한상범상무는 70년대 초반 공채로 입사,
그룹 홍보실의 최고책임자가 됐다.

두사람 모두 부지런하고 성실해 기자사회에서는 인기가 높다.

금호그룹 이원우부사장도 기업출신 홍보총책으로 언론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아남 김이환전무는 롯데삼강 홍보실장, 연합통신 광고사업국장 등을
역임한 홍보전문가.

코오롱 이활용상무 역시 삼성전자 홍보부장, 한국생산성본부 이사 등을
거친 홍보통이다.

거평 백건기이사는 제약업체인 종근당과 LG애드 삼희기획(현 한컴) 등
광고회사에서 일을 하다 95년 그룹에 영입됐다.

그룹 홍보실 출신으로서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오른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인호 LG애드사장, 김욱한 대우기전사장, 은종일 두산그룹기획조정실사장,
이희준 제일보젤대표, 전수신 삼성스포츠단대표 등을 들 수 있다.

이인호사장은 그룹 홍보과장에서 출발, 홍보실에서 별을 단 후 그룹내
광고대행사의 수장에 올랐다.

김욱한사장은 그룹비서실 부사장을 지낸후 95년말 대우기전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겼다.

은종일사장은 합동통신 출신으로 홍보담당사장을 역임했다.

이희준대표와 전수신대표는 각각 동양방송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그룹
비서실 홍보팀장을 역임했으며 계열사를 거친뒤 현직을 맡았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