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아가 양적팽창을 우선시하던 그간의 경영방침을 바꿔 질적성장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에스콰이아를 세계적 브랜드의 패션업체로 키우기 위한 일종의 "거품빼기"
다.

다른 한편으로는 힘을 축적키 위한 내실다지기로 볼 수도 있다.

방향전환의 조타수는 이범 부회장이다.

그는 지난 89년 계열사인 영에이지에서 에스콰이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8년째 이 회사 경영을 맡고있는 2세 경영인.

의류사업에 뛰어들어 "비아트"와 "소르젠테"라는 유명 브랜드를 탄생시킨
주인공이 바로 이부회장이다.

이부회장은 "다른 패션업체들이 어떻게 나가든 에스콰이아만큼은 외형경쟁
을 지양하고 대신 브랜드 이미지제고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영에이지 대표시절 양적경쟁을 선도하며 영에이지를 급성장시켰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방향전환이다.

사실 패션사업의 성패는 브랜드가 좌우한다.

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소비자들의 뇌리에 브랜드 네임을 각인시키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이부회장은 그런 점에서 "패션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의미가 없다"고 지적
한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나라 패션업체들도 이제는 양적 경쟁이 아닌 질적 경쟁을 지향
해야 패션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등 동남아 후발개도국의 추격으로 물량으로 싸우는 저가
시장에서는 더이상 버틸 수없는 상황"이라며 "외부환경도 질적성장을 요구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질적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원 개개인이 첨단을 달리는 패션감각으로 무장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이부회장은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사원교육을 강화했다.

사원들의 해외출장 기회를 대폭 확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마케팅대학등 사내 교육과정도 새로 개설했다.

이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또하나의 과제는 "장인정신"의 제고.

그는 "패션에 거품가격이 생겨나 양적경쟁으로 치닫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기상품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역량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 그 이상을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
이탈리아 패션업체들처럼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
이다.

에스콰이아의 방향전환이 패션업계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 손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