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이형구 신광식 우찬목행장에 이어 6일 김시형 산업은행총재, 장명선
외환은행장, 이종연 전조흥은행장이 추가로 검찰에 소환됨으로써 한보사태와
관련해 출국금지된 8명의 전현직은행장중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박기진 전제일은행장을 제외한 7명이 모두 검찰에 불려 들어갔다.

현직은행장 4명을 포함해 7명의 은행장이 무더기로 소환당해 사상유례없는
은행장 무더기구속사태가 불가피해졌고 은행가는 쑥대밭이된 분위기다.

이들 7명중 이형구 전산은총재만이 5일 조사를 마치고 귀가조치됐고 신광식
우찬목 두현직행장은 5일 구속이 집행됐다.

또 이날 소환된 김시형총재와 장명선행장 이종연 전행장도 검찰이 혐의
사실을 확인하고 소환한 것으로 알려져 소환=구속이라 수순을 밝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이 한보부도가 발생하자마자 이들 관련 전현직은행장들을 출금금지했을
때 이미 수뢰혐의를 상당부분 포착했다는 얘기다.

또 정치권의 실세들이 정태수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은행장들의 진술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소환되면 정치권에 대한 파문은 더욱 증폭되고 외압의 실체가 뚜렷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부도직후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등의 실무자와 한보그룹에 대한
사전참고인조사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한 것도 이런 수순을 뒷받침한다.

이날 소환된 3명의 전현직은행장의 혐의내용을 정리한다.

<>김시형 산업은행총재=김총재는 지난 94년12월부터 부도전까지 산은전체
여신의 3분의 2가량인 5천6백1억원을 한보철강에 대출해 주었다.

검찰은 산업은행의 한보철강에 대한 신용등급과 담보가치가 제대로 평가
됐는지를 조사해외압여부와 수뢰여부를 조사했다.

특히 산은이 자회사인 한국기업평가에 의뢰해 작성한 철강산업보고서가
대출심사의 기초가 됐다는 우찬목 조흥은행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볼때
신용평가가 장미빛으로 포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정태수회장이 검찰소환전에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이 3천억원을 대주지
않아 부도가 촉발됐다고 주장해 두사람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러나 김총재가 소심한 성격이라 거액수뢰라기 보다는 인사치레정도의
떡값정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은행가의 분석도 있다.

더구나 "한보철강이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하지 않아 결국
부도처리할수 밖에 없었다"고 부도직후에 밝힌 점으로 미루어 보아도 수뢰를
했어도 미미할 것이란 얘기다.

<>장명선 외환은행장=장행장은 94년12월 1천9백억원의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지난해 9월 냉연공장 신축자금등으로 1천억원을 지원하는등 모두
4천2백12억원을 한보철강에 대주었다.

95년5월 현대건설에서 16년간 일했던 장행장의 동생 명철씨가 한보건설
전무로 입사해 96년5월부사장으로 승진한 점도 한보와의 커넥션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특히 장행장은 94년 캐나다외환은행 현지법인사장을 하다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곧바로 은행장에 선임될 정도로 정치적 "파워"를 과시해 한보와
정치권의 연결고리에 위치해 있을수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따라서 장행장은 외압을 능동적으로 수용했을 가능성커 장행장이 입을
열면 청탁이나 압력을 넣은 정치권인사가 대거 드러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종연 전조흥은행장=이전행장은 94년2천백93억원을 대출, 조흥은행의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에 물꼬를 텄다.

임기만료를 앞두고 불과 1년동안 거액의 대출을 해준 경위에 검찰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행장은 이.장사건이후 꼴찌로 추락했던 조흥은행을 리딩뱅크로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3연임을 희망하며 열심히 뛰었던 시기가 한보철강대출
이 나간 시점과 일치해 3연임을 위해 무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금융권
의 시각이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