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다음 차례의 검찰소환조사대상은 공무원이 될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특별한 사안이 없더라도 도움이 될만한 곳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정태수
총회장의 로비스타일로 볼때 정부기관들은 당연히 한보의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됐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추측이다.

더군다나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는 철강공장 건설및 기술도입 승인에서
부터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결제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 부처가 과연 무슨 일을 했을지가 단연 관심거리다.

[[[ 재경원 ]]]

검찰은 최근 검찰에 소환된 재정경제원 사무관에 대해 외화차입및 대출
과정에서 개입하는 부분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화대출을 배정하거나 은행대출을 결정하는 과정에 압력을 넣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실제로 재경원은 해외차입승인권을 갖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업체별 한도를 배정하는데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보철강에는 유달리 많은 외화대출이 나간게 사실이다.

또 은행이 기업에 대출하면서 동일인 한도를 초과할때는 은행감독원의
승인을 받게 돼있는데 사실 이때도 재경원의 의향을 감안하기 마련이다.

물론 재경원관계자들은 개별기업관련 인허가권이 별로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한보관련 비리의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치권과는 달리 한보의 사정이 어렵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한보와의 접촉을 피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로비가 먹혀들었는지와는 관계없이 재경원이 한보의 집중적인
로비목표가 됐을 가능성은 높다.

산업구조의 생리상 재경원 혹은 청와대의 분위기파악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과거 물의를 일으켰던 기업에 거액을 지원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로비의
귀재인 정총회장이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이와관련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한보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할 무렵 한보측 고위관계자가가 수백억원이 예치된 은행
통장을 들고와 자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과시하고 갔다"고 밝혔다.

한보측이 재경원에도 로비의 손길을 뻗쳤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 김성택기자 >

[[[ 통산부 ]]]

통산부가 의혹의 시선을 받을 소지가 있어 보이는 부분은 세가지.

먼저 외화자금 대출부분.

경기 침체기인 지난 92년 시설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당시 상공부는 재무부
와 산업은행에 외화자금 대출을 요청, 적격업체를 추천해 지원했다.

상반기에 30억달러가 지원된데 이어 하반기에도 10억달러가 추가됐다.

하반기 10억달러의 경우 한보철강에 돌아간 자금만 무려 3천6백만달러(약
3백60억원).

철강업종 전체 추천금액의 64.3%이며 대기업용 추천금액의 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파격대우를 해줬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추천사유도 "수출산업"및 "첨단기술".

통산부가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소 건립 추진때 "철강은 내수용 산업"이라는
논리를 폈던 것과 비교하면 뭔가 석연치 않다.

코렉스공법에 대한 허가도 통상부에서 이루어졌다.

이 공법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93년 11월.

1차설비 준공전인 95년 7월에는 통산부의 승인을 얻어 3백만톤 규모의
코렉스와 직접환원철방식(DRI)제철소 추가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95년초 정부는 코렉스 1차 설비에서 문제점이 발견됐고 기술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장기 철강수급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업계획을 포기하라고 포철측에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같은해 2월과 7월한보철강에 코렉스와 DRI기술도입을 허가하는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

시베리아 이루크추크 유전부문도 유사한 사례.

한보측은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을 위해 지난해 2월 동아시아가스라는
자회사를 설립, 7월에 통산부에 개발계획을 정식 신청했다.

통산부는 16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가 들고 가스공사 고합등 7개사가
컨소시엄으로 가스전 개발사업에 뛰어든 점등을 감안, 허가를 내주지는
않았다.

그러자 한보측은 다른 길로 둘러 갔다.

"루시아석유" 지분 27.5%를 4천만달러를 투입해 사들였다.

한국은행은 한보측의 투자와 관련, 통산부에 적정여부에 대한 의견조회를
했는데 "별문제가 없다"며 승인을 내줬다.

그러나 "루시아석유"는 러시아 내수용가스 개발을 위해 만든 회사여서
해외투자 메리트가 별로 없는 곳이어서 편법적인 가스 국내반입을 눈감아
줬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