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술은 수채화-물꽃요정" "첫 키스의 색-미스플라워" "별종은
초콜릿을 물고 키스한다"

화장품 메이커들이 립스틱 아이섀도 등 올봄 색조화장품을 선보이면서
새로 내건 판촉 슬로건들이다.

분명 색조화장품을 팔기 위한 캐치프레이즈인데도 문구만으로는 제품의
색상을 도저히 연상할 수 없다.

"트로픽 오렌지" "레게 베이지" "파스텔 로즈" 등과 같이 색상을 주제로
했던 그간의 슬로건과는 천양지차다.

화장품 메이커들의 색조화장품 판촉전략이 바뀌고 있다.

특정색상을 부각시켜 여성들의 시선을 잡아끌던 데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고단위 감성자극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태평양의 나인석부장은 "색상만으로는 여성들을 유혹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부분 업체들이 색조화장품의 판촉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업체마다 자사제품의 색상을 "최고의 색"인양 선전해왔지만 색상에는
사실 별 차이가 없다.

색상에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메이커별로 차별화되지도 않는다.

다른 업체와 구별되는 확실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기위해
색상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설명이다.

태평양의 경우 "라네즈"와 "레쎄"를 축으로 여러 브랜드의 색조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내입술은 수채화-물꽃요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물꽃요정"은 올봄 패션의 전반적인 경향이 자연주의 풍으로 흐르고
있는데 착안해 태평양이 창조한 개념.

"물"이 주는 맑고 투명한 자연의 느낌과 "꽃"의 화사함과 발랄함을 느끼게
하는 문구다.

다양한 색상의 립스틱을 의미하는 "내 입술은 수채화"와 "물꽃요정"을
결합시킴으로써 라네즈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면 화사하면서도 청아한 요정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준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이 내놓은 "이지업 미스플라워"란 제품도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색깔인지 알 수 없다.

색상을 슬그머니 빼고 대신 꽃이 주는 화려함을 연상케하는 제품이다.

이 회사의 판촉슬로건은 "여자는 첫 키스를 잊지못한다-미스플라워".

육감에 대한 호소력이 매우 인상적이다.

쥬리아는 ''아이엠 에로틱(I''m Erotic) - 에로티카 301''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름 그대로 관능미를 뽐낼 수 있다는데 제품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에로티카제품은 301, 302, 303 등 세가지로 나뉘어 있다.

이들 세종류 제품은 관능미를 강조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색상과 느낌에서
미세한 차이를 두어 여성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켜준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감성자극과 함께 올봄 색조화장품에 나타난 또하나의 특징은 향을 강조한
점.

물꽃요정 립스틱과 향수(오데토일렛)를 세트로 묶은 태평양의 "라네즈
스페샬 듀엣"과 같이 립스틱과 향수를 연계한 제품이 선을 보였다.

립스틱에 아예 향을 첨가한 제품도 등장했다.

태평양이 20대초반의 신세대를 겨냥해 개발한 레쎄 브랜드의 "스위트
초콜릿" "스위트 캔디" 등이 대표적 사례다.

태평양은 향수가 신세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착안해 립스틱에
초콜릿향과 캔디향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별종은 초콜릿을 물고 키스한다"는 판촉슬로건으로 육감적인
메시지를 더하고 있다.

색조화장품에 색깔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감성과 향이 소비자를 끄는
주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올 봄 신제품에서 나타나는 감성주의 경향에 대해
"제조업체가 특정 색상으로 유행을 몰고가던 일방적인 방식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강창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