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서울외환시장에 이상기류가 발생하고 있다.

임금과 보너스 지급을 위한 원화자금수요가 많아 예전같으면 보유달러화를
팔고 있을 기업들이 향후 환율상승을 예상, 거꾸로 사들이고 있는 것.

기업들이 사들인 달러화는 5일 하루만에도 4억달러규모로 추산된다.

삼성물산이 모종금사를 통해 7천만달러이상을 매입한 것을 비롯 쌍용정유
등 10여개의 기업들이 신한 외환 산업은행 등을 통해 달러화를 사모았다.

일선 딜러들은 "큰 명절을 앞두고 기업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처음
본다"며 "달러사재기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들까지 달러사재기에 나서면서 외화낭국으 외환보유고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달러
사재기를 계속할 경우 외환보유고에 고스란히 부담이 돌아간다.

실제로 5일 기업들이 사들인 4억달러규모의 외화는 이날 외환당국이 방출한
금액과 엇비슷하다.

외환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뤄볼때 이달중 외환보유고는 지난달말
의 3백10억달러에서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칫 외환보유고가
위험수위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