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달러화가 남아돌지만 은행들은 심각한 외화자금난에 봉착하고
있다.

원화약세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수출네고물량으로 받은 원화의 환전을
기피하고 있는 반면 은행들은 국제신인도의 추락으로 단기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잔액은 29억6천만달러로 지난해말의 14억9천
만달러에 비해 두배가까이 증가했다.

또 1년전의 9억6천1백만달러에 비해서는 세배이상 늘어났다.

이는 전형적인 "달러사재기"로 지난해부터 환율이 급등을 거듭하면서 기업들
이 원화환전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과 수입을 병행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경우 수출대금을 외화당좌
예금에 예치했다가 수입결제가 돌아오면 예금에서 인출하는 방식을 애용하고
있다.

이는 그 기간동안의 이자수입(5%안팎)이 원화보다는 못하지만 환율이 오르는
속도를 감안하면 상당한 이득을 볼수 있는 계산에서 비롯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중소기업들까지 달러사재기에 가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의 급격한 절하에 따라 불안심리가 증폭되면서 중소기업들이 환차익과
환차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은행들은 최근 한보철강의 부도여파로 국제신인도가 추락하면서
해외단기자금을 조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제일 외환 조흥 서울 상업 시중은행들이 외화자금난을 호소
하는 해외지점에 5억달러를 긴급 수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외환포지션을 보충하려는 시중은행들의
매입세가 집중, 환율이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보철강 부도라는
"악재"를 타고 있어 자금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