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시대는 은행장 수난의 시대인가.

4일 신광식제일은행장 우찬목조흥은행장 이형구전산업은행총재등이 검찰에
소환됨으로써 문민정부와 은행장간의 "악연"이 다시 재연될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민정부들어 이미 16명의 은행장들이 대출부조리등으로 구속되거나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소환된 행장들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하지만 "불려가면 구속되는"
전례를 지켜 봤던 은행원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두명이 더 다치면 제수명을 다 채우지 못한 행장이 1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제일은행의 경우 만약 신행장이 구속될 경우 은행장이 연속 3대째 불명예
퇴진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때 으뜸가는 은행으로 꼽히던 제일은행으로서는 더이상 이미지를 회복
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

제일은행은 그동안 효산 유원건설 우성그룹의 부도로 비틀거리기 시작
하다가 막판에 은행 자기자본의 80%이상을 쏟아부은 한보철강이 부도나면서
치명타를 입고 있다.

조흥은행도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리딩뱅크로서 지위를 굳혀 왔다고 자부해 왔는데 우행장이 사법
처리될 경우 상당한 상처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소환대상에서 제외된 김시형 산업은행총재나 장명선 외환은행장의
심기도 그리 편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소환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확신이 없는데다 검찰의 수사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민정부아래서는 제수명을 채운 은행장들이 가장 행복하다"는 우스갯소리
가 이제 "법칙"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