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을 계기로 "박태준(TJ)사단"의 움직임이 기민하다.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을 맡게 될 박득표 전포철사장(현 금강공업회장)은
채권은행단으로부터 자금집행은 물론 조직개편과 인사권 등 포괄적인
경영권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이대공 전포철부사장등과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일 귀국한 박태준 전포철회장은 "한보사태"와 관련, 철강 대부
답게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소상히 밝히는 등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박전회장 주변엔 박전사장 이전부사장등이 맴돌며 한보사태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으로 볼때 한보철강에 대한 박전사장의 위탁경영을 고리로 "한때
TJ 아래서 경영수업을 받았던 포철OB"들이 재결집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전망의 근거는 역시 위탁경영인 박전사장의 움직임.

박전사장은 포철측으로부터 한보철강 위탁경영을 부탁받으면서 부터 자금
집행 인사권 등 핵심적인 경영권을 채권은행단에 요구해 상당부분 관철
시켰다.

또 1일과 2일 채권은행단, 포철경영진등과 위탁경영 업무를 논의하는 자리엔
이전부사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전부사장은 박태준회장 당시 핵심부서인 비서실 출신으로 현재 별다른
직책이 없다.

이에 따라 박전사장이 한보의 위탁경영에 본격 착수하면 이전부사장에게
관리업무를 맡기고 포철OB중 3-4명의 임원(상무.이사급)을 더 기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외에 엔지니어부문은 역시 포철 출신인 안정준 당진제철소장에게 맡기고
공사 마무리를 위해 포스코개발 임원중 한 사람을 영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부문에도 포철OB중 한명을 데려올 것으로 보인다.

박태준 전회장의 귀국후 행보도 주목된다.

박전회장은 2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황경로포스코경영연구소회장 정명식
포항공대이사장 박전사장 이전부사장등 TJ 핵심라인 12명과 시내 모처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한보철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박전회장은 이 자리에서 "철강업은 돈만 갖고 되는 사업이 아니다"며
"특히 미니밀이나 코렉스공법 등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는 방식이지 대량
생산에 적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공장이 정상 가동되더라도 흑자경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았다.

한보철강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며 "훈수"를 둔 셈이다.

게다가 포철이 한보의 위탁경영엔 직접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TJ사단은 자의든 타의든 위탁경영에 깊숙이 관여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포철관계자는 "포철의 현직 임원중에선 한보철강 위탁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위탁경영진이 기술이나 인력지원을 요청할 경우
포철과 위탁경영인이 계약을 맺고 지원하는 형식을 갖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92년 대선직전 정치적 생명을 다하고 포철로부터도 완전 배제된 TJ.

그가 한보철강이란 "부실 공룡"을 변수로 과연 국내에서 입지를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박전회장은 오는 4일 포항시의회에서 수여하는 포항명예시민 1호증을
받기 위해 당초 3일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포철출신인 송기오 전철강협회
부회장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앞당겨 2일 오후 일본에서 입국했다.

부인과 함께 들어온 그는 이달말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라고 한 측근은
밝혔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