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에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연루된데다 외국은행들마저 자금공여를
기피하면서 그 여파가 중소기업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어음을 거의 할인하지 못해 자금난에 봉착하거나 어음할인을
받더라도 고리의 이자를 물어 자금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어음이 돌지 않는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파문은 외국은행->국내은행->종금사->할부금융 신용금고
팩토링사로 이어지면서 자금을 점차 경색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금융권의 갑작스런 여신축소에 당혹해 하면서 어음할인
을 할데를 못찾아 헤매고 있고 사채시장에서도 발행인와 배서인이 대기업이
아닌 물건들은 할인받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30대 그룹이 발행한 A급어음이나 그외 대기업이 발행한 B급어음을 제외하고
중견 중소기업이 발행한 C급및 D은 아예 할인도 제대로 안되는 형편이다.

금리도 월 4~5부는 예사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계은행들이 자금공여를 일시중단하고 여신한도를
축소하면서 은행들의 외화자금도 줄어들고 있다.

홍콩과 일본의 현지법인이나 지점에 긴급자금을 대주어 외화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이런 부담을 종금사와 리스사 등에 전가하고 있다.

만기가 된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종금사와 리스사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금조달을 주로 국내은행에만 의존하고 있는 지방종금사와 리스사는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

종금사도 주요 대출처인 할부금융 팩토링 신용금고에 대출금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이 신고한 규모보다 훨씬 많은 약 1조원의 자금을 한보철강에 대준
것으로 알려져 대출기피증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연쇄파장의 최종피해자는 기업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심하다.

한보파문이 가라앉아 국제금융시장과 국내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업부도는 계속 늘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계의 걱정이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