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31일 경제장관회의를 긴급 주재, 한보대책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관한 현안을 직접 점검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한승수 경제부총리가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한보사태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 김대통령이 직접
청와대에서 주재하게 됐다는게 청와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보사태의 사후수습대책과 민생안정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날 회의에는 경제관련수석만 배석하는 관례를 깨고 전수석비서관
들이 배석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은후 이례적으로 원고에 없던 말로 경제팀을
질책, 한보사태의 사후수습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보여 주목을 끌었다.

김대통령은 "변화와 개혁을 통해 나라를 구한다는 각오로 일해달라"며
"이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나라를 구하고 경제를 살린다는 비장한
각오로 일한다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여기 모인 사람들이 더욱 분발하고 각오를 다지며 몸을
던져 일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언론에 거명되는 일부 관계인사들이 몸을
던져 일할 생각을 하지 않고 하나같이 "나는 모른다"고 보신만을 앞세우는
처신을 질책한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 한보사태로 거명되는 정부인사들이 왜 정부정책의
정당성에 대해 당당하게 얘기하지 않는지 아쉽다"며 한보사태에 대한
범여권의 총력대응체제를 강조했다.

김대통령의 이날 발언중 또 눈에 띄는 대목은 "능력있는 기업들이 근거
없는 악성소문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가하라"는 지시사항이다.

건전한 기업도 악성루머로 종합금융이나 단자회사 등 제2금융권에서
어음을 돌리기 시작하면 도산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금융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김대통령이 "한보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도
악성루머에 대한 근절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대통령은 이와함께 <>하청중소기업 및 근로자대책 <>한보건설 아파트
입주예정자 피해최소화 <>한보철강공장 가동지원 등을 지시, 한보사태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는데 1차적인 관심이 있음을 보였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