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난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을 맡게 된 포철이 속앓이를 계속하고 있다.

위탁경영인 선정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포철은 앞으로 위탁경영에
들어가더라도 해결해야 할 골치거리가 많아 말 그대로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철에 가장 골치 아픈 사안은 "과연 한보철강의 경영정상화에
어느정도까지 개입해 책임을 져야하느냐"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일단 포철에 당진제철소의 최종 완공과 가동
정상화를 "임무"로 맡긴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부분에 대해선 포철측과 협의를 거쳐야
하기때문에 아직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이에대해 포철은 일반적인 기술지원이나 관리외에는 더 이상 깊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6조원에 달하는 부채덩어리 회사에 자칫 깊이 개입했다가는 자금지원
등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포철은 위탁경영에 들어가기 전에 이 부분에 명확히 선을 긋고
싶어한다.

포철이 "삼미특수강으 봉강공장 인수와 광양 4냉연공장, 3후판 공장의
신증설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어서 기술인력을 빼내기도 쉽지 않다"며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설령 포철의 희망대로 간접적인 위탁경영만 맡는다고 해도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가 실패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 진다.

기왕에 위탁경영을 맡았던 포철이 한보철강을 계속 맡아야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금까지 한보철강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그룹이 없어
이같은 포철의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것도 아니다.

게다가 당진제철소는 미니밀과 코렉스등 최신 공법의 제철설비들이 깔려
있어 손쉬운 공장이 아니라는 점도 포철엔 부담이다.

포철도 최근 미니밀과 코렉스공장을 준공해 운영중이지만 아직 정상
가동에는 성공을 못할 처지다.

신설비의 정상가동에 자기 코도 석자인데 남의 것 까지 챙겨야하니
포철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포철이 OB출신중 위탁경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것은
이런 포철의 부담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포철은 당초 박득표금강공업사장 조말수포스틸고문 유상부삼성중공업사장
등 포철출신 경영인들에게 위탁경영을 의뢰했으나 이들의 첫반응은 모두
"노 생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