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2년 경기 둔화기에 시설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특별외화대출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보철강을 일방적으로 집중 지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의 자금지원은 한보철강에 대한 집중지원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것으로 보여 이번 한보부도로 인한 경제.사회적 파문의 발단은 정부의 안이
하고 단견적인 지원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92년에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자는 차원에서
시설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상반기에 30억달러의 외화자금 대출을 지원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10억달러를 추가 지원했다.

10억달러는 대기업에 4억달러, 나머지는 중소기업등에 지원하라는 조건이
붙었던 자금이었다.

이에따라 한국은행과 재무부측은 자격을 갖춘 적격업체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상공부는 적격업체 선정작업에 나섰다.

상공부가 업종별로 희망업체들에게 신청액수를 접수받은 결과 48개사에
무려 10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결국 적정수준에서 업체별로 안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92년9월19일에 발송된 상공부 공문을 보면 철강및 비철금속업종이 7개사에
5천6백만달러등 34개 업체에 4억2백만달러를 추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보철강에 대한 지원규모는 무려 3천6백만달러(약 3백60억원)에
달했다.

이 액수는 철강업종 전체 추천금액의 64.3%에 달하며 대기업에 할당된
4억달러의 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한보철강이 우선적인 대우를 받았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게다가 한보철강이 추천을 받은 사유는 수출산업이면서 첨단기술이었다.

현대그룹측이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할 때 "철강은 내수용 산업이어서
공급과잉이 생기면 문제가 된다"는 현재의 통상산업부 논리와는 배치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새 기술을 도입해 적응력이 생길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철강산업 특성에 비춰 뭔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 않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에대해 당시 철강금속과장이었던 정기수 현 중소기업청 산업2국장은
"실무자들이 신청기업별로 신청금액을 양식에 맞게 정리해 바로 넘겼기
때문에 한보철강에 특별히 많은 자금이 지원됐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대출 추천창구였던 산업정책국 관계자도 "외화대출이나 장마피해등으로
자금이 필요한 업체가 있을 때 수요조사를 했다"며 "당시 경기 하강국면
탈피를 위한 시설자금 대출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한보철강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당시 산업정책국장은 한덕수 현 특허청장, 산업정책과장은 임내규 현 주일
상무관이었다.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