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가 1주일째를 맞으면서 하도급업체들의 피해가 증폭되고
있다.

당초 8백억원대로 추정되던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져 2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며 피해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부도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대부분 하청업체들이 거래금액의 3분의 2정도를 부도맞았으며 대다수
는 이달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 여력이 없는 형편이다.

특히 중기청의 조사결과 현재까지 밝혀진 업체만도 40여개가 이달말까지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산을 피할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자금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는 이들 업체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선 중소기업구조조정자금에서
긴급수혈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원규모도 당초 정부방침보다 크게 늘려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한보철강 부도와 관련, 피해업체들에 업체당 1억원정도의 자금지원
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때 턱없이 부족한 액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청에 설치된 "한보그룹 관련 애로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8일 오후 2시 현재까지 접수된 사례만 총 60개 업체, 금액기준으론
1천4백51억원에 달한다.

업체당 피해금액은 평균 24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부도금액을 제외한
미수금액만도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때까지 접수된 업체가운데 피해규모가 가장 큰 기흥기계산업의 경우
1백69억9천9백만원에 달하는 한보그룹과의 거래금액 가운데 이미 부도맞은
52억6천6백만원을 제외하고도 미수금이 1백17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이 1백60억원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긴급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을 닫아야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밖에도 원강플랜트 40억원 대한보일러 18억원 협지세라믹스 2억원 등으로
대부분업체의 미수금액이 1억원을 크게 넘는다.

더구나 이들 한보관련 피해업체는 대부분 은행에서 할인받은 한보그룹어음
에 대해 이달말로 닥친 어음결제일을 앞두고 환매독촉을 받고 있어 벼랑끝에
몰려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은행들이 예금자산을 동결한 경우도 많아 어려움이
더욱 크다고 아우성이다.

따라서 자금지원이 어음만기가 몰려있는 이달말전에 대대적으로 이뤄져야만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태파악까지 다 마치고 나서 자금을 풀어봤자 이미 송아지 물건너간
다음이라는 얘기다.

또 정부가 연쇄도산을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표명과 함께 어음환매를 요구
하고 있는 은행들에 대해서도 당장 은행감독원등을 통해 별도의 지침을
하달, 피해업체들의 자금압박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자금마련과 관련해서는 올해 배정한 중소기업구조조정자금 2조원중
에서 긴급운영자금을 장기저리로 대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 김용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