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싸움에선 배울게 없다.

패한 시합에서 교훈을 얻는다"

일본 프로야구의 지장 미하라 감독이 남긴 말이다.

덕산그룹 우성건설 유원건설 건영 한보그룹 등의 잇단 패전일지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최근의 부도원인은 자금사정 악화라는 고전적인 분석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속을 들여다보면 과거에는 통했던 정치권로비 불도저식경영 과잉투자 확대
경영 등이 오히려 기업의 수명의 단축하는 "암세포"로 작용했음이 드러난다.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74).

로비의 귀재.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 보험들기.

0자를 하나 더 붙혀 뿌리는 자금.

5, 6공에서 문민정부에 이르기까지 3대 정권에 걸쳐 정총회장은 잘 나가는
듯 했다.

수서택지 특혜분양 비자금사건 연루 등의 궁지에서 탈출, 화려한 "2전3기"의
신화를 만들려던 그가 이제 3번째 철창 신세를 질 처지다.

"한보그룹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를 놓고 채권은행장들이 모여 갑론을박하던
지난 23일 오후 4시반.

한국판 정경유착의 신화가 한낱 일장춘몽으로 깨지는 순간이었다.

(주)한양의 배종열 전 회장도 거액의 정치자금을 미끼로 회사를 재기
시키려다 패가망신한 케이스.

5, 6공때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던 배전회장은 결국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당시 실세들과 재판정에 서는 운명을 맞았다.

군출신으로 하나회 멤버였던 사장이 지난 78년 설립한 장복건설도 84년부터
87년까지 정부발주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내는 등 로비력을 과시하다 끝내
93년 좌초했다.

대부분의 기업경영자들은 정치와 "불가근 불가원"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정치권에 지나치게 기댔다간 언젠가는 피해를 본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