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가 임원이 됐다는게 무슨 뉴스이며 놀라운 일 입니까.

마흔다섯 나이면 결코 빠른 승진도 아니고요"

95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데이타시스템의 임원대열에 오른
주혜경이사는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것 자체가 우리사회에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 전공과 동떨어진 한국과학기술원에 들어가
전산개발업무를 맡아온 그녀는 89년 SDS교육개발센터 설립시 과장으로
스카우트되면서 삼성에 입사했다.

삼성입사후 7년만에 대망의 별을 단 셈이다.

여성임원으로서의 업무능력과 조직통솔력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그녀는
"워낙 아래직원들이 남녀구분없이 잘 따라오고 일이 재밌기 때문에
여성임원이라서 어려운 점은 없다"고 말한다.

호탕하고 걸걸한 성격의 그녀는 그러나 여자후배들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에서 살아남기위한 훈련을 시키는 것.

"대부분 여성들은 행동반경이 좁고 조직에의 적응이 남자들보다 뒤지는
게 사실"이라며 "여직원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게
그녀의 생각이다.

"이제 내놓고 차별을 못하는 시댑니다.

아직 미진하나마 제도적 장치가 갖춰졌다는 뜻이죠.

각 개인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여성들도 임원은 물론 사장까지 오를수
있다고 봅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오기와 도전의식을 가진다면 몇년후에 나 정도는
얘깃거리도 안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 권수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