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여파는 관련 산업계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특히 한보철강의 계열 연관기업이나 하청업체들은 부도여파가 자신들에게
까지 심각한 경영난을 몰고올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하청업체나 설비와 자재를
납품했던 업체들은 한보철강에서 받아야할 채권의 상환이 일제히 중단돼
자금난을 겪을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보에 설비를 납품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설을 2주일 앞두고 자금소요가
크게 늘고 있는 시점의 부도로 일부 협력업체들마져 부도위기로 내몰리게
됐다"며 "정부가 나서 한보 부도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 중소기업의 연쇄부도 위기를 막아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보 부도로 가장 피해가 예상되는 업체들은 당진제철소에 직접 설비를
납품했거나 건설에 참여했던 설비업체와 건설 및 엔지니어링 업체 2백여개
회사다.

이들 업체는 정부가 금융기관에게 요청해 협력업체들의 진성어음을 모두
결제해 주도록 한다해도 당진제철소 완공까지 사업준비를 해왔던 터여서
자금흐름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비를 납품해온 현대중공업이나 한라중공업 같은 대기업들은 기반이
튼튼해 버틸 수 있겠지만 재하청 형식으로 공사에 참여한 영세업체와 자재
공급업체들은 자체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중소업체들은 한보의 부도가 아니더라도 경기부진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온 상태여서 이번 한보 파동이 부도 위기의 직격탄이 될 것을
우려된다.

한보철강의 제품을 취급하던 전국의 50여개 대리점들도 연쇄부도사태에
휘말릴 것이 우려된다.

한보철강의 열연강판(핫코일)과 철근을 취급하는 유통대리점들은 한보의
생산물량 가운데 30~40%를 판매하고 있으며 적게는 1억~2억원, 많게는 5억원
정도씩의 담보를 한보에 제공해 놓고 있으나 담보 회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한보의 제품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다른 철강업체로 즉각 거래선을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해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보철강과 계열사들의 지급보증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계열사들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의 피해또한 만만치 않을 것같다.

줄줄이 연쇄부도가 불가피한 계열사들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여 한보
파동은 침체국면에 빠진 재계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관측
된다.

특히 한보철강 부도에 이은 (주)한보의 부도는 안그래도 (주)건영 우성건설
등의 부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중소 건설업체들을 회생 불능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건설업계의 경우 한보의 부도로 또 철근값이 상승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한보철강은 지난해 국내 생산량의 20%에 해당하는 1백81만t의 철근을
공급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보의 부도는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들에
대한 피해는 물론 침체된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파장을 낳을 수 있다"며
"설을 앞두고 경기가 극도로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