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한보철강의 최종 부도처리뒤인 23일 오후
늦게서야 "경영권포기각서제출"등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 결정이 과연 채권단의 부도결정에 영향을 줄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총회장의 이런 태도변화는 대세를 거스를수 없는 "원님 떠난 뒤에
나팔부는 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우선 은행연합회의 "금융기관 신용정보교환및
관리규약" 때문이다.

이 규약에는 일단 부도처리돼 적색거래업체로 분류된 기업의 경우 부도를
취소하기는 불가능하게 돼 있다.

다만 "정부 또는 금융기관 주도하에 정상화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기업체의
경우 적색거래업체로 지정됐을지라도 여신거래가 있는 금융기관의 전원
합의후 은행연합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면 당좌거래및 신규여신등을 취급할
수 있다"(제27조1항)는 규정을 활용, 당좌거래를 재개할수는 있다.

그렇다해도 부도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게 돼있다.

물론 채권단이 정총회장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수용, 당좌거래를 재개토록
하는등 금융거래를 허용할수는 있다.

이렇게 되면 법정관리신청방침을 철회하고 채권단이 모든 자금관리를
해주는 은행관리로 전환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감독당국의 해석이다.

채권단이 은행관리를 결정하면 당장 24일부터 돌아오는 모든 교환자금을
전액 결제해 줘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추가자금지원에 난색을 표명한 채권단이 그동안 보류해 뒀던
교환자금까지 한꺼번에 돌아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수용할리는 만무
하다.

일부 은행이 은행관리로의 전환을 찬성한다해도 실제 은행관리로 전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도처리된 한보철강을 적색거래대상에서 제외시키려면 모든 채권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은후 은행연합회이사회(은행장회의)의 의결이 거쳐야 한다.

그러나 70개의 채권금융기관들이 이에 동의하리라고 예상하는건 무리다.

제일은행이 23일 밤 경영권포기각서접수를 거부한 것도 이같은 "대세를
거스를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정총회장의 "뒤늦은 읍소"는 한보철강처리과정의 아쉬움만 더해주는
한차례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성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