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동관리라는 우산 속에 들어간 한보그룹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보철강의 채권은행단이 한보그룹에 대한 공동자금 관리에 들어가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한보그룹이 과연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선 한보철강의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 결국 당진제철소는
제3자에게 넘어가고 한보그룹은 공중 분해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선 은행관리라는 보호막 속에서 그룹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망속에서도 좌초 위기에 몰린 한보철강의 회생 여부가
한보그룹 자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점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한보철강의 자산(4조4천7백억원)이 그룹 전체 자산
(6조6천7백억원)의 70%에 달할 만큼 한보그룹의 중핵이기 때문이다.

또 (주)한보 상아제약등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한보철강에 상당한
금액을 빌려줬거나 상호지급보증의 형태로 엮여 있어 한보철강과
한보그룹은 결국 공동 운명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전제하에 우선 상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한보철강이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경우.

채권은행단이 정태수총회장과 그의 일가로부터 한보철강의 경영권을
떼어내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케이스다.

이렇게 되면 한보그룹은 (주)한보 한보건설등 건설 중심의 계열사를
거느린 소그룹으로 오그라들게 된다.

그룹의 총 자산은 지금의 30%로 줄어들고 자기자본도 절반으로 축소된다.

그나마 남은 계열사들이라도 건재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한보철강에 상호지보의 형태로 발목이 잡혀있어 연쇄위기의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보그룹은 결국 거의 공중 분해돼 "무대 뒤"로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한보그룹이 은행관리를 방패삼아 최근의 극심한 자금난을 피하고
경영정상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순 없다.

일단 은행들이 한보그룹에 대한 자금관리에 들어가면 매일 금융기관
창구에 돌아오는 어음들은 은행들이 대신 막아줘야 한다.

벼랑 끝에 섰던 한보로선 일단 위기국면을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위기상황을 탈출한후 당진제철소를 예정대로 완공해 정상적으로
돌리다가 하반기쯤 철강 경기가 살아나면 한보철강에 전혀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게 한보그룹측의 설명이다.

물론 이같이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한보그룹측의 희망사항이긴 하다.

하지만 채권은행단이 한보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전혀
없지도 않다.

다만 정부나 은행이 한보라는 특정기업을 위해 계속되는 시혜를 준다는
외부여론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문제이다.

결국 한보그룹 운명의 향방은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결정한 "한보
처리방안"과 "한보철강의 회생가능성 여부"에 따라 결론날 예상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