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올연말부터 도입될 기업(퇴직) 연금보험의 시장규모를 놓고 생명보험
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엇갈린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최대 50조원에 이를 것이란 수치를 제시한 반면 생명보험사
들은 많아야 3조~4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반박한다.

손보업계 전망치의 10분의 1.

기업연금 시장규모를 둘러싸고 이처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양쪽 다
내심 딴 생각이 있기 때문.

손보쪽은 이왕이면 파이를 크게 만들어 나눠먹자는 계산을 깔고 있다.

하지 "나 혼자 먹기도 작은데 손해보험 은행 투신등 경쟁업종까지 끼면
우리는 죽으란 말이냐"며 생보략은 죽는 시늉이다.

손해보험협회는 기업연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5인이상 사업장
인 만큼 가입범위도 5인이상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럴 경우 95년 기준으로 모두 15만여 사업장이 기업연금에 들면서 63만명
정도가 퇴직후 기업연금 혜택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퇴직금 규모로는 32조원이 발생, 국민연금 전환분(퇴직금의 2%, 98년부터는
3%) 등을 빼면 연간 25조원 정도가 기업연금시장으로 흡수될수 있다는 계산
이다.

연간 퇴직금 규모는 <>97년 38조4천억원 <>98년 47조7천억원 <>99년 59조
3천억원 <>2000년 73조7천억원 해마다 10조원이상씩 불어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치다.

손보업계의 이같은 계산법은 신규발생 퇴직금은 물론 기존의 퇴직금까지도
몽땅 새로 생기는 기업연금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만약 기업연금 가입률이 절반(금액 기준)되더라도 최소한 98년 20~30조원은
되리라는 주장이다.

손보사들의 이같은 전망에 은행 투신쪽도 동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업계는 누적퇴직금 전액이 기업연금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기업체들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실제로는 기업운용자금으로 굴리고
있는데 이 돈을 당장 금융기관에 예치한다는건 금융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종업원 퇴직적립보험의 규모가 96년 3월말 5조원 정도인데 이 돈도
생명보험사에 맡기는 대가로 신용대출을 받아 회사자금으로 쓴다며 대출과
연계할수 있는 기업연금에 퇴직금을 전부 맡기다는건 무리한 계산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종퇴보험등 퇴직금 운용패턴은 그대로 두고 신규발생 퇴직금만 기업
연금에 가입할 것이란 예상이다.

시장규모도 많아봐야 4조원이고 도입초기엔 2조~3조원에 그칠 것이란 계산
이다.

지난 94년 6월 개인연금이 생명보험 뿐만아니라 손해보험은행 투신 등에도
허용된 이후 기업연금시장은 금융계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있다.

당시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적자를 이유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손해보험
쪽에 개인연금을 내준 생보업계로선 기업연금에서 밀릴 경우 벼랑에 몰리게
될 처지다.

생보사간 과당경쟁으로 시장한계에 도달한 생명보험사들은 "혼자 먹던
떡마저 나눠주는" 꼴이 될까봐서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