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해외펀드를 이용해 외자를 탈법적으로 차입하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해외에 지분을 위장분산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해외의 조세피난지에 펀드를 세운뒤
여기서 변동금리부채권(FRN) 등을 발행해 외국금융기관이나 국내종금사
등에서 돈을 벌리고 이들을 다시 국내에 들여온다는 것이다.

해외펀드는 국내에 자금을 들여오더라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정부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지만 이같은 자금운용은 외국인투자법 취지를 벗어난
일종의 헌법행위로 지적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대기업오너는 이 펀드에 주식을 담보조건으로 교부하고 일정기간
후에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1.5%~2.0%를 더한 금리를 얹어 되사주는 조건
으로 펀드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유행하기 시작한 이같은 해외자금 편법조달은
겉으로는 외국인투자가의 출자행위로 가장됐지만 결국은 주식을 담보로한
상업차관 도입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자금을 쓰는 대기업은 이자가 국내 금리보다 훨씬 저렴한데다 외자를
자본출자인 것처럼 꾸며 들여올수 있다는 잇점이 있어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한라 선경 대우 미원 동양 한국타이어그룹 등이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활발한 해외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우그룹도 이런 방식으로
해외투자자금을 상당부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리차입 수단으로 쓰이는 해외펀드이용 금융방식이 최근에는 M&A에 대비한
주식의 위장분산수단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기업경영권을 탈취하는 공격자나 이를 보호하려는 방어자양측 모두 해외펀드
에 일정금리를 보장해서 되사주기로 약정을 맺고 주식을 이들 해외펀드에
위장분산시켜 놓아다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이를 넘겨받는 방식을 쓰고
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이같이 주식을 담보로한 해외편법차입은 외국인투자및
외자도입법의 취지에 역행되기 때문에 적발될 경우 외국인투자 철수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작계약서에는 이런 이면계약이 드러나지 않아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이를 완전히 봉쇄하려면 외국인투자 자유화에 역행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