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술은 새부대에".

업계에 회사 이름 바꾸기 붐이 일고 있다.

계측기업체인 이디엔지니어링과 흥창물산이 각각 ED와 흥창으로 바꾸고
태일정밀이 올해부터는 수출 브랜드인 태일미디어로 상호를 전환한다.

또 한미금형이 한미로, 로보트 보일러가 (주)로보트로 개명하면서 전문
업종 꼬리를 뗀다.

이들 업체들이 회사명을 바꾸는 까닭은 다양하다.

우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업종을 다각화하면서 모태 사업의 비중이 감소
해 더이상 전문업체 이미지를 풍기는 상호를 계속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세확장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기존 이름이 국제화시대의 감각에 맞지 않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주식시장에의 상장과 함께 공개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위해 좀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이름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이들 업체는 관련업계에서 전문기업으로 성가를 날리던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기업성장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을 맞고 있는 중견기업들 사이에서 이같은 변신이 새로운 추세
라고 밝힌다.

대표적인 기업이 태일정밀이다.

지난 83년 설립돼 컴퓨터 헤드드라이버의 국산화 개발을 적극 추진하면서
급성장한 이 회사는 올해 매출 2조원규모로 그룹의 외형을 갖추면서 모기업
인 태일정밀 상호를 해외수출브랜드였던 태일미디어로 바꾼다.

주총을 통해 확정 변경할 예정인 태일은 오는 2000년 매출 4조원의 세계
일류 종합정보통신기기 업체를 지향하는 그룹의 위상에 "정밀"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계측기업체로 출발했던 흥창물산(대표 손정수)도 이동통신장비사업 비중이
더욱 커지면서 최근 회사명을 (주)흥창으로 바꾸기로 하고 CI작업에 들어가
오는 3월 주총을 거쳐 정식 확정한다.

이 회사는 지난 94년의 경우 계측기사업부 매출이 43%를 차지했으나 인공
위성방송 수신기사업과 이동통신사업이 급성장하면서 해마다 비중이 줄어
올해는 전체 매출목표 1천7백억원중 14%를 차지할 전망이다.

반면 94년 4%가 채안됐던 통신사업부 매출은 올해 52%를 넘어선다.

교육장비 및 전자계측기 업체인 ED엔지니어링(대표 박용진)도 계측기전문
업체에서 첨단 정보통신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이루기위해 이달초 ED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회사측은 올해부터 정보통신사업부를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사업부문이 커지면 ED정보통신 등과 같이 별도 계열사로 설립하기 위해
모기업의 이름을 통합적으로 바꾸어야 했다고 밝혔다.

금형업계에서도 금형업체들이 금형에서 완제품 사업과 장비사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루면서 "금형"틀을 벗어던지고 있다.

반도체금형업계의 대표주자인 한미금형은 최근 (주)한미(대표 곽노권)로
명함을 바꾸었다.

반도체 리드프레임 등의 금형제작업체에서 출발해 후가공장비인 트림폼
장비 등을 생산하는 이회사는 이제는 금형의 매출비중이 전체외형의 20%로
낮아졌다.

또 해외수출에서 금형이란 상호가 장비업체로서 이미지에 걸맞지 않아
애로가 많아 상호를 변경케됐다.

PET용기를 만드는 블로우금형 전문업체인 동아금형(대표 김홍열)도
PET용기를 직접 제작하면서 동아정밀공업으로 문패를 바꾸었다.

이밖에 카세트테이프 케이스 금형업체인 재영금형도 회사명을 재영(대표
김학권)으로 줄였다.

반도체 테스트장비업체인 디아이는 지난해 상장하면서 40년간 사용했던
동일교역이란 이름을 현대적인 기업 이미지를 위해 영문 이니셜만 따서
전환했다.

클린룸업체인 신성이엔지도 신성엔지니어링에서 부르기 쉽게 줄였고 최근
에는 참신한 기업이미지를 위해 CI작업을 마치고 새로운 로고를 제정했다.

원자흡수 분광광도계 전자현미경 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정밀분석기
업체인 선일기계진흥(대표 최배진)은 지난해 하반기 장외등록을 하면서
이름을 선일옵트론으로 세련되게 바꾸었다.

키보드업체인 (주)비티씨정보통신(대표 신영현)은 지난해말 사운드카드와
스캐너 등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에 참여하면서 종전의 비티씨코리아에서
개명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인터넷폰, 컴퓨터 완제품조립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
하고 올상반기 장외등록을 앞두고 있어 첨단정보통신기기 업체로 이미지
강화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일러 전문기업을 표방했던 로보트보일러(대표 성증석)는 최근 이동통신
장비업체인 서화정보통신을 인수, 정보통신사업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회사명에서 "보일러"를 빼기로 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초청정 반도체 공장 클린룸용 무진와이퍼를 국산화
개발한 한송무역(대표 형남신)도 이 사업의 확대와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
에서 사용하는 방진마스크 제조에 뛰어들면서 무역을 떼고 (주)한송으로
바꾸었다.

반도체 공장의 소모용품 수입판매업체로 출발해 국산화 개발을 이루면서
무역이 필요없게 됐기 때문이다.

< 고지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